한창훈 소설집/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입력 : 2001.05.18 20:06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한창훈(39)의 새 소설집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문학동네)을
    덮고 나면 여자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그 동안
    남성성, 그리고 서민적 삶의 훈기와 활력을 소생시켰다는 평을 들어온
    작가는 이번 책의 곳곳에서 습기에 대한 갈망과 모성에 대한 희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표제작에서 남자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모든 게 정지되는
    충격을 받는다. “아내가 떠나버리고 없는 빈자리와 함께 밥 먹고
    청소하고 잠자고 할 자신이 없는데다, 무엇보다도 덜 젖어있기 때문”에
    살던 아파트를 나왔고, “습기를 찾는 벌레”처럼 사내는 자꾸
    바다쪽으로 걸어간다. ‘세상의 끝’은 결국 작가에게 ‘바다’의 다른
    이름이며, 아내 ‘선영’의 환영이면서, ‘어머니’로 대표되는 궁극의
    존재인 것이다. 남자는 그 곳에서 “습자지 만난 물”처럼 젖어오르는
    자신을 발견하고, “몸의 세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맥박이
    빨라졌으며 피가 파도를 일으키며 흐르기 시작”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삭정이 부러뜨리는 소리를 내며 귀를 파주는 완월동 홍등가의 여인에게서
    죽은 누이를 그리워 하고(‘지상에 남은 마지막 밤’), 소녀 시절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살이 들어차야 할 곳은 충실히 들어찬, 단단하고 살집
    좋은 몸에 집착하면서(‘춘희’), 심지어는 양기가 쇠한 수소의 성기를
    암소의 성기에 밀어넣어 접을 붙인 여인 ‘질네’를 섬을 구원해 줄
    성녀로 예찬하는 것이다(‘접붙이는 여자’).

    문학평론가 김만수 교수(인하대)는 “한창훈 소설 속의 남성들은 여성을
    향하여 줄기차게 제망매가를 부른다”면서 “축축하고 윤기 있는 ‘여성의
    몸’이 모든 남성들의 몸, 혹은 남성들의 이념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