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제시대는 ‘식민지적 근대화‘ 시기”

    입력 : 2002.09.17 18:25 | 수정 : 2002.09.17 18:25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의 편저자 신기욱 교수

    신기욱 교수는 “한국적 상황에 바탕을 둔 개념화에 성공해야 세계 학문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고했다.
    /허영한기자




    신기욱(42) 교수는 작년 7월 미국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국학
    전공자로서는 처음으로 종신 교수 자리를 얻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사회학자로서 그의 성가를 높인 것은 지난 9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출간한 저서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Colonial Modernity in
    Korea)이다.

    마이클 로빈슨 인디애나대 교수와 함께 공동 편집한 이 책에서 신 교수는
    식민지배와 근대를 동시에 아우르는 ‘식민지 근대성’이란 개념을
    이끌어내, 한국 사회의 근대화 이행을 설명할 수있는 참신한 분석틀이란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말 스탠포드 대학생
    14명과 함께 방한, 서울대에서 ‘글로벌시대의 한국’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신 교수를 만났다.

    ―일제 시대 연구의 틀로 제시한 ‘식민지근대성’이란 개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제시대를 식민당국과 민족주의와의 대립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불충분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식민지배의 영향은 다양하고 복잡했다.
    일제 지배로 인해 기존의 정치엘리트는 기득권을 상실했지만, 상인이나
    백정 등은 신분상승 기회가 됐다. 식민지배에 대한 조선인의 반응도
    친일(親日) 혹은 반일(反日)로 획일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다. 식민지 근대성은 이런 복합적이고 다양한 일제시기를
    분석하기위해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근대성의 상호작용적인
    관계를 주목하자는 개념이다.

    ―식민지 근대성은 일제 지배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식의 「식민지
    근대화론」과 어떻게 다른가.

    “경제사학계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시기 근대화의 주체를 일제로
    봄으로써 조선인의 역할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그 비판자인 내재적 발전론은 모두 근대를 긍정적으로
    파악한다. 근대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또 근대성의
    형성과정에서 조선인이 했던 역할을 간과해선 안된다.”

    ―「식민지 근대성」이란 개념을 제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그간 서구의 분석틀로 한국 현실을 설명해왔다. 이젠 한국적
    상황을 가지고 개념화에 나서야한다. 여기에 성공하면, 식민지 경험을
    지닌 아시아·아프리카 대다수 국가의 근대화를 설명할 수있는 보편
    이론으로 발전할 수있다.”

    ―앞으로의 연구작업은.

    “내년까지 20세기 한국의 민족주의를 다룬 책을 출간하는 게 목표다.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글로벌 시대에도 민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민족주의가 어떤 체제와 접합되는가가
    문제다. 1930년대 이광수의 ‘조선민족론’에는 전체주의를 강조하는
    파시즘적 요소가 있다. 이광수 식의 민족주의는 해방 이후 이승만,
    박정희로 연결되면서 한국적 권위주의의 뿌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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