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여성을 넘어 아낙의 너울을 벗고''

      입력 : 2003.08.01 17:22 | 수정 : 2003.08.01 20:29

      최초 여기자의 개화여성열전

      말타고 쌍권총 쏘던 항일 사수(射手) 김마리아, 폭탄을 안고 압록강을 넘나 들던 ‘최초의 여성 폭탄범’ 안경신, 부인상점을 세워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실천한 이준 열사 부인 이일정, 등뼈가 튀어나올 정도의 고문에도 일본인 검사에게 의자를 집어 던진 소녀 유관순, 친일파에게 독살 당한 이화여대 욕쟁이 사감 미국인 하란사, 독립을 꿈꾸는 애국 여성들의 모임 ‘송죽 비밀결사단’….

      3·1 운동에 참가해 모진 고초를 겪었고 춘원 이광수의 추천으로 스무 살에 조선일보에 입사, 최초의 여기자로 필명을 날렸던 추계(秋溪·1904~84)가 암흑의 시기를 비춘 여명(黎明) 같은 여인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근대식 교육의 횃불 엄귀비부터 ‘독립 만세’를 위해 일어선 기생·백정 같은 민초에 이르기까지, 그가 취재한 여인들의 의기(義氣)에 귀천은 없다. ‘망국(亡國)’과 ‘성(性)’이라는 이중의 울타리를 뛰어 넘은 개화 여성 열전이다.

      만년에 쓴 회고록 형식의 저술이라, 자신이 걸어 온 길을 회고한 글 머리도 흥미롭다. 기자가 돼 처음 쓴 기사 ‘부인 견학단 수행기’, 여성 최초로 서울 상공을 날았던 비행기, 부인회 활동 등을 적었다. 문이재, 1만2000원

      (박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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