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일제 여성誌 분석 자료집 나와

    입력 : 2004.05.31 19:05 | 수정 : 2004.05.31 19:05

    ''몸뻬'' 바지는 왜 널리 퍼졌을까
    1937년 중일전쟁 터지자 대표적 여성복으로 보급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 복식·미용서 먼저 드러나

    ‘신여성’1934년 8월호에 실린 안석영의‘하일만화풍경(夏日漫畵風景)’. 당시 대도시에 등장했던 여성의 과감한 여름 옷차림을 표현했다.
    오늘의 평범한 일상(日常)이 후대에는 역사가 된다. 20세기 전반 한국 여성이 가부장제와 제국주의의 이중 억압 속에서도 근대 여성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 걸었는지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자료로 한말과 일제시대 간행된 여성 잡지를 분석한 자료집이 발간됐다.

    경희대 근현대여성연구팀(연구책임자 이화형 교수)은 1906년 최초 여성잡지 ‘가뎡잡지’부터 20년대 개벽사에서 펴낸 ‘신여성’30년대 조선일보가 발간한 ‘여성’ 40년대 한글·일본어 혼용으로 나온 ‘가정의 벗(家庭の友)’까지 25종을 분석한 자료집 ‘한국 근대여성의 일상문화’(전9권·국학자료원)를 펴냈다.

    여성 생활과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복식과 미용이다.

    1920년대에는 수영복이 등장하여 관심을 끌었고, 어깨·겨드랑이·넓적다리까지 드러내는 옷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여학생과 신여성을 중심으로 의복 개량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치마·단속곳·바지·속옷 등을 겹쳐 입고, 가슴을 겹겹이 동여매는 관습을 비판하고, 경제성·위생·복식미 차원에서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기됐다.


    ‘신여자’제4호(1920년 4월)에 실린 나혜석의 연속 목판화‘김일엽 선생의 가정 생활’. 이 여성 잡지를 주재하던 김일엽이 가사 노동과 독서, 집필을 병행하는 바쁜 하루를 네컷 만화로 그렸다.


    1930년대 들어 서울 부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도시화는 ‘모던 걸’을 탄생시켰다. 화장법과 헤어스타일, 미용강좌 등을 다룬 기사와 광고가 점점 많아졌고, 여학생들의 교복은 한복에서 양장으로 바뀌었다. 1934년에는 서울 종로청년회관에서 조선직업부인회 주최로 패션쇼의 일종인 ‘여의(女衣) 감상회’도 열렸다. 하지만 1937년 중일전쟁으로 시작된 전시(戰時) 체제는 여성의 생활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지금도 ‘여성이기를 포기한’ 옷으로 꼽히는 ‘몸뻬’ 바지가 등장한 것이 바로 이때다. 일본 북해도와 동북 지방 여성들이 일할 때 입었던 이 옷이 대표적 여성복으로 보급되었다는 것은 옷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통제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 잡지의 단골 메뉴는 연애와 결혼. 특히 이 시기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혁명적으로 변화하면서 자유연애·자유결혼을 다룬 논설·수기·기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여학생의 동성연애, ‘제2부인’(첩), 이혼, 자식 있는 과부의 재혼도 인기 있는 읽을거리로 자주 등장했다. 이밖에 여자 아이 교육의 중요성 등 자녀 교육 문제, ‘주부 메모’ ‘주부 수첩’ ‘가정 상식’ 등 가정 생활의 실용 지식을 소개하는 연재물, 의학·질병·영양 등 가정 위생을 다룬 기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시기 여성 잡지들은 독자에 대한 정보 제공과 의식 계몽에 주 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193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그 역시 일제의 국민 통제 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한다. 조선 총독 인터뷰, ‘전쟁시 부인의 임무’ ‘반도 부인의 각오’ ‘근로봉사의 감격’ ‘군국(軍國)의 남매’ 등 제목에서 시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작업에는 6명의 박사급 연구원과 6명의 보조연구원이 참여하여 1910년대의 ‘여자계(女子界)’(여자계사·동경), 1920년대의 ‘부인(婦人)’ ‘신여성(新女性)’(이상 개벽사), 1930년대의 ‘여성(女性)’(조선일보사 출판부), ‘가정지우(家庭之友)’(조선금융조합연합회) 등 주요 여성 잡지를 포함하여 모두 25종을 수록했다. 이 중 ‘신여성’과 ‘여성’은 당시 조선의 남·녀 명사들이 대거 참여하였고, 5년 이상 발행된 대표적인 여성 잡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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