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 시대의 거울

    입력 : 2006.03.31 23:49 | 수정 : 2006.03.31 23:49

    상록수 → 자유부인 → 별들의 고향 → 난·쏘·공
    → 사람의 아들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해리포터

    베스트셀러는 유행가보다 빨리 사라진다. 지난 1년간 출간된 책 가운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 목록에 들어있는 책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단 한 권뿐. 1년을 넘긴 책 가운데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남은 책은 한 권도 없다. ‘시대의 거울’이라는 베스트셀러가 비춘 한국은 어제의 얼굴로 남아 있기에는 너무 역동적이다.

    해방이라는 거울이 비춘 한국은 빼앗겼다가 되찾은 우리 말로 된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일제하에 이미 출간됐던 심훈의 ‘상록수’와 이광수의 ‘무정’ 등이 재출간돼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독서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광복 직후부터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 처음으로 10만부 벽을 깬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선풍적인 인기로 낙양의 지가를 올렸다.

    1960년대는 가난으로 남겨졌던 국민들의 고단한 삶이 이어진 시기. 영화 ‘엄마없는 하늘 아래’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진 11세 소년가장 이윤복의 수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삶에 지쳐 울고 싶었던 민초들의 정서가 투영된 작품이다. 1960년대 후반은 이어령의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의 세련된 에세이가 사회 분위기를 주도했다.

    1970년대는 ‘소설의 시대’였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은 70만부가 팔려나가며 다가올 밀리언셀러 시대를 준비했다.

    1980년대 들어서며 고도성장의 그늘과 이념을 다룬 소설들이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한다. 1976년 첫 선을 보인 황석영의 ‘장길산’과 1979년 발간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 변화를 예고한 신호탄이었다. 조정래가 1983년 ‘현대문학’에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 연재를 시작했고, 이태의 ‘남부군’,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은 한국 현대사와 그 위에 펼쳐진 삶의 그늘진 현장으로 치열하게 달려갔다.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웅시대’ 등을 쏟아낸 이문열은 이념이나 소외의 문제와는 다른 방향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1980년대 문학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문학 최고의 금자탑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경리의 ‘토지’가 1988년 출간됐다.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100만부 판매를 돌파함으로써 밀리언셀러 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는 밀리언셀러의 속출 속에 인문 교양서와 실용서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소설 동의보감’ ‘소설 토정비결’이 가볍게 100만부를 돌파했고,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400만부를 넘겼다. 소설 강세 속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잭 캔필드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등의 등장은 다양해진 독자의 관심을 반영했다.

    21세기 첫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IMF 이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가장들의 심리를 반영했다. 한편 ‘해리포터’ 시리즈와 ‘다빈치코드’의 전 지구적 마케팅이 독자들의 관심에 국경을 없앤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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