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 왜곡은 한반도 개입 전략”

  • 유석재기자

    입력 : 2006.06.23 23:05 | 수정 : 2006.06.23 23:05

    신중화주의
    윤휘탁 지음 | 푸른역사 | 475쪽 | 2만5000원

    “일단 남북한이 통일되면, 새로 탄생한 이 국가는 중국의 조선족에게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할 것이다. …고구려는 일찍이 당나라에 의해 멸망됐고, 이 사정은 조선족의 자치나 독립 요구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중국 동북은 혼란 속에 빠져들 것이다.”(2005년 한 중국 국제정세 전문가의 글)

    가끔 인터넷에서 이런 댓글을 볼 수 있다. “중국이 고구려를 빼앗아 가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먹고 살기 힘든 판국에 그런 옛날 얘기까지 신경 써야 하나?” 그런 사람이라면 시간을 내서 꼭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과연 고대사 해석을 둘러싼 역사 문제에 그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학술 문제의 외피를 한 꺼풀만 벗겨 내면 ‘중국 국가 전략’의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인 저자만큼 여기에 집요하게 파고든 학자도 드물 것이다.

    저자는 중국 전문가들의 한반도 전략 문건들을 분석하고 동북공정은 중국의 거시적인 국가 전략인 ‘중화민족 대(大)가정 만들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게 무엇인가?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고 대단결을 굳게 하며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결성을 유지”하려는 것.

    ‘가정’이라는 따뜻한 용어로 포장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옛날 청 제국이 가지고 있던 여러 민족과 영토를 온전하게 통합한다는 ‘신중화주의(新中華主義)’라는 것이다. 중국 영토 안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모든 민족은 중국이라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 왔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중화민족’이고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논리다.

    이는 현재의 정치적 필요성과 당위성을 가지고 무조건 역사 전반에 소급시키는 논리이며, 시공간이 변하면서 복잡해지는 역사적 현상들을 단순화·현재화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근대 이전에 현재의 중국 영토에 존재했던 그 수많은 민족들이 선험적으로 ‘유사(類似) 중화민족’적인 정체성을 가졌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이 논리에 따르면 모든 소수 민족은 ‘중화민족’에 융합돼야 하며 여기에는 당연히 한민족(韓民族·조선족)도 포함된다. 여기서 중국이 한반도를 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만주(동북) 지구에 대한 한반도의 영향력 차단, 대규모 탈북자의 중국 유입 저지, 그리고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위한 종합적인 전략 연구가 바로 ‘동북공정’인 것이다. 통일 이후 한국과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이 자치나 독립을 요구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임진왜란이나 6·25처럼 ‘유사시’엔 중국군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큰 문제는, 마치 인접국의 자주와 평화를 보장하는 후원자인 것처럼 자처하면서도 한반도를 철저히 자기들의 ‘변방’으로 파악하는 이 시각이야말로 옛날 그들이 우리를 ‘속국’ 정도로 인식하던 사고방식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항상 중국이 강성해졌을 때마다 그들의 민족주의가 제국주의로 나타났던 경험을 생각하면 사실 우리로서는 식은땀이 흐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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