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중독·난자 매매… 여성학에 묻다

    입력 : 2007.11.30 23:13

    여성학
    이재경·조영미 등 지음|미래 M&B|340쪽|1만5000원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2007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권한척도’는 조사 대상 93개 국 중 64위였다. 지난 해보다 무려 11단계나 떨어졌다. 3대 고시 수석을 휩쓸고, 정치·경제·스포츠·문화 영역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가 하면, ‘알파걸’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똑똑한 소녀들이 득세하는 마당에 이게 웬 뜬금없는 소식? 여풍(女風)은 허풍(虛風)에 불과했던 걸까?

    이화여대 여성학과 이재경 교수와 그 제자들이 ‘업데이트 된’ 여성학 교재로 공동집필한 이 책은, 부풀려진 ‘여성시대’에 대한 담론을 일축한다. 성공한 일부 여성들이 미디어의 조명을 받는 동안 늘어나는 저임금 노동과 고용불안, 성폭력과 빈곤에 시달리는 다수 여성들의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이래도 ‘남성 역차별 시대’라고 억지 부릴래?” 하며 반문한다.

    책은 성 차별을 넘어 ‘여성들간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최근 사회적 논쟁으로 떠오른 이슈들을 폭넓게 다룬다. 성형중독을 비롯해 난자 매매, 대리모, 낙태, 성(性)노동, 동성애를 둘러싼 여성학 내부의 치열한 논쟁도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여성학이란 학문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1부를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왜 여성학을 보편주의에 맞선 ‘새로운 앎의 방식’이라고 하는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라는 구호의 의미는 무엇인지,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는 당연한 관행이 왜 성차별적인 것인지 명쾌히 이해할 수 있다.
    ‘미드(미국드라마) 열풍’을 주도한 ‘프렌즈’를 비롯해 ‘소문난 칠공주’,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연애의 목적’ 등 대중문화 소재들을 활용, 여성학이란 학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도 이 책의 장점. 그래도 여성학이 영 부담스럽다면 책을 읽기 전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혜석을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화가라기보다는 거리에서 비명횡사한 측은한 여성으로 기억하는 반면, 비슷한 시기 거리에서 객사한 이중섭은 대단한 예술혼을 견디지 못한 천재로 기억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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