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1776년부터 미국을 싫어했다"

    입력 : 2008.03.21 16:34 | 수정 : 2008.03.21 16:36

    미국이 미운 이유
    안드레이 마코비츠 지음|김진웅 옮김|일리|367쪽|1만5000원

    미국을 "모든 폭군들 가운데 가장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폭군들인 인민이 무지막지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끔찍한 자유의 감옥"이라고 불렀던 독일 시인이 하인리히 하이네(Heine)다. 그는 "군주도 귀족도 없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미국에는 평등한 얼간이들만 있다"고 말했다.

    199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포는 9·11 테러가 일어나자 "투기꾼들은 매년 수천만 명이 가난으로 죽는 경제에서 뒹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뉴욕에서 2만 명이 죽은 게 무슨 대수인가? 누가 그 학살을 수행했든지 간에 이 폭력 행위는 굶주림과 폭력과 비인간적 착취 문화의 정당한 소산"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타계한 독일 작곡가 슈토크하우젠은 한 술 더 떠서 이 테러를 "우주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고 불렀다.

    저자는 사실상 미국에 대한 유럽의 반감은 "미국 공화국이 시작되는 177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한다. 가난하고 특권을 누리지 못했던 일반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미국에 대한 동경심을 드러낼 때, 거꾸로 교육 받은 엘리트들과 귀족들은 경멸과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럽에 퍼져있는 반미(反美)주의에 대한 용어 정의부터 역사, 반(反)유대주의와의 관계까지 폭넓게 정리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에 대해 원시적인 땅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가, 미국의 독립과 함께 상실감과 위협을 동시에 느끼게 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견해에 따라 친미(親美)와 반미가 구분되는 반면, 유럽의 보수적 엘리트들은 1776년 이후 줄곧 반미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루마니아 출신 이민자 가족에서 태어난 저자가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오스트리아 으로 돌아온 뒤 미국식 영어 때문에 끔찍한 경멸을 받았던 기억이 50년간이나 뇌리에 남아있다는 자기 고백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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