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평]'사회주의 낙원' 북한… "그들의 지도자는 성 도착증 환자"

  • 앤드류 새먼

    입력 : 2008.03.28 14:02 | 수정 : 2008.03.28 14:03

    아버지 같은 지도자의 따스한 보살핌 아래: 북한과 김씨 왕조

    (원제: 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North Korea and the Kim Dynasty)

    Bradley K. Martin 지음|St Martins Press|896쪽|19.95달러



    독자들은 북한 관련 서적이 신뢰할 만한 것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브래들리 마틴의 이 책은 상당히 믿을 만하다. 고려호텔 진열대에 놓인 이 책에는 "친애하는 지도자"란 표현이 드물게 등장하지만, 데이비드 슬린 당시 북한 주재 영국 대사가 2005년 말 평양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그 책을 읽고 있다고 한 발언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핵 협상 전문가가 그 책을 들고 있는 게 목격된 것은 이 책에 대한 보증서 역할을 했다.

    13년 걸린 이 비중 있고 방대한 저서가 한편 지루하고 학술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무척 신선하다. 저자는 인류 진화과정에 있어 공생관계의 두 가지 측면을 언급한 영국 작가 H G 웰스 ≪타임 머신≫의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하나는 약하고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측면, 또 하나는 비밀스럽고 야행성이며 사람을 잡아 먹는 측면이다. 그러면서 르포·사회학·역사학·정치학을 동원해 북한에 대한 웰스의 비관적 전망을 해설하려 한다.

    도쿄를 근거지로 블룸버그 통신에 한반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저자는 북한 김씨 왕조 관련 기사를 1977년부터 써왔고, 1979년 이후 7차례 방북했다. 그는 평양의 관리부터 원한에 사무친 탈북 망명자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을 인터뷰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1979년 인터뷰에서, 저자는 북한 정권이 외교정책을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볼티모어 선 신문에 썼다. 그는 "북한의 공식 오찬에서는 대화가 아닌 연설만이 있다"고 했다. 협상가들은 유념할 일이다.

    북한 몰락에 대한 표현은 직설적이다. 책 제목은 저자가 1979년 방북 때 관람한 오페라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중국과 대비되는 북한 농촌의 규율과 생산성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2005년 북한 농촌의 몰락을 이렇게 기록한다. "북한은 답보 상태인 것 같다."

    우리는 김씨 정권의 기이한 행동을 숱하게 마주친다. 위대한 지도자는 매력과 인품과 강인한 목소리를 갖췄다지만, 그의 공식 자서전은 혁명적인 작가와 영화 대본작가에 의해 쓰여졌다. 그는 15세 소녀와 성교를 하면서, 소녀들의 기(氣)가 회춘약이라고 믿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성도착으로 여겼을 그런 행동이 북한의 수백 명 젊은 처자에겐 위대한 지도자를 향한 희생의 영예로 받아들여졌다. 저자는 무용수 딸이 간택되지 않아 안도한 한 어머니의 말을 인용한다. 마틴의 취재원 중 등장하는 전직 '기쁨조'나 그녀의 남편은, 성인처럼 받들어지는 지도자 이미지를 전복한다.

    책은 북한 정권의 태생적 모순에 초점을 맞춘다. 이념 무장에 충실한데도 조부가 보수반동 분자였다는 이유로 군 입대조차 못했던 망명자도 등장한다. 이 '사회주의 낙원'에도 피는 이데올로기보다 진한 것이다. 저자는 북한 정권이 기독교적 도교(김일성은 10대 때 교회 오르간 연주자였다)나 일본 신도(神道) 의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실도 언급하면서, 공산주의와 민족주의가 합쳐진 북한의 교리를 논한다. 그리고 부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자이자 대를 이은 호색가인 김정일에 얽힌 수수께끼를 다룬다.

    저자는 인민들의 삶 중 매력적인 부분도 보여준다. 세이코 손목시계, 가죽구두, 금니가 데이트를 젊은이의 세가지 필수품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 예다. 학교 폭력조직이 사지절단의 만행을 저질렀다거나 젊은 깡패는 모두 엘리트 집안 출신이라는 등,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정보는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지난 26일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42km떨어진 판문점 인근 북한 기정동 선전 마을 주민과 인부들이 재건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저자는 인터뷰 대상자로부터 노다지를 캐냈다. 한국에 잠입했던 간첩이 남파 전 청와대·교보빌딩·신라호텔을 축소 복사해 서울을 똑같이 본뜬 터널 안에서 15일간 남측에서 납치한 교관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는 게 그 중 하나다. "간첩 교육은 휴가 같았다"고 말한 한 취재원은 "내가 소속된 부대는 김정일 정권 전복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위협이 될까? 저자는 1995년이 군사적 열기의 절정이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후 기근과 장비 부족 때문에 군사적 잠재력이 저하됐고, 정권의 공언과 달리 해방 50년이 넘도록 남북 통일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해 사기도 저하됐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아직도 미완성인 현재 진행형 뉴스거리다. 수많은 분석가들이 북한의 미래 전망에 실패했지만, 저자는 현명하게도 예측을 피해간다.

    김일성 부자와 비슷한 독재자들에 대한 비교 분석이 부족한 점은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다. 김정일의 관료주의, 입심, 야행 성향은 영국 역사가 이언 커쇼가 히틀러 전기에서 묘사한 것과 유사성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작은 내가 아는 북한 관련 서적 중 으뜸간다. 저자는 김일성 부자, 엘리트, 군부 등 특권 계층이 헐벗은 인민들을 어떻게 착취해 왔는지 잘 보여준다. 영어권 독자들보다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친밀감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얼마나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가 있는지 미지수지만,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나라를 집대성한 원스톱 영어 저작이라는 게 내 견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