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만 개방하면 다야?"

    입력 : 2008.07.18 22:09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장하준·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황해선 옮김|부키|280쪽|1만3000원

    조선일보 DB

    경제 선진화를 위한 조건으로 흔히 자유무역과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 외국인 투자 유치, 지적재산권 보호, 중앙은행 독립 등을 꼽는다. 한마디로 정부 개입을 줄이고 시장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주류 경제학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장 교수는 그동안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아인들》 같은 저서를 통해 줄기차게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공격해왔다.

    이번에 나온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신자유주의의 오류'를 파헤치는 데서 한 발 더 나가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조건적인 시장 개방이 능사가 아니라 관세·수출보조금과 다양한 산업정책을 활용해 국내 산업을 보호·육성해야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민영화 정책보다는 국영기업의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와 감독 시스템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에 연연하지 말고, 국경을 넘는 민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무조건 받아들일 게 아니라 나라 형편에 맞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환율은 시장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관리해야 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보기에 따라선 상당히 과격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과정을 거쳐 한국 경제가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선진국들과 다른 신흥공업국들도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국가 주도, 국가 개입의 과정을 거쳤다.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안은 매우 실천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강점과 함께 하나의 일관된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각 나라 형편에 맞춰 각기 다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지적이지만 하나 마나 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정책제안이 지금의 한국 경제에도 유효하겠느냐는 문제도 있다. 경제발전과 함께 국가 개입의 수위는 낮아져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에 반대하더라도 선진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해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호무역은 자유무역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로 가기 위한 과도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장 교수의 글에서는 이런 점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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