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 돈이 없어서 그들은 전쟁터로 향했다

    입력 : 2008.10.10 22:10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츠츠미 미카 지음|고정아 옮김|문학수첩|224쪽|1만2000원

    "사실은 정말 괜찮은 일자리가 있는데 말이죠."

    미국 뉴욕주 뉴버그에 사는 트럭운전사 마이클 브라운은 2005년 8월 모르는 남자로부터 귀를 솔깃하게 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브라운 씨죠? 처음 뵙겠습니다. 돈을 많이 빌려 쓰고 계신 것 같은데…." 빚독촉이라는 생각에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정말 괜찮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전화를 건 남자는 국제적인 규모의 파견회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연봉이 6만5000달러(약 9000만원)인 트럭운전사 자리가 있다"고 했다. 목소리는 친절하고 밝았다.

    마이클은 수입이 너무 적어 하루하루가 힘에 부친 상황이었다. 아들의 병원 수술비는 마이클의 지급능력을 훨씬 넘어 있었고, 빚을 갚지 못해 '돌려막기'를 하는 사이에 그의 이름은 다중채무자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네, 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죠?"

    다음날 곧장 취업 설명회장으로 간 마이클은 자신의 일터가 전쟁중인 이라크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루 12시간, 주7일 근무. 사망해도 시체는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현지에서 화장된다는 설명에 사람들은 웅성거렸지만 이어진 연봉 이야기에 참가자 전원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전쟁과 아무런 상관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참전을 결정하는 장면이다.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저자인 츠츠미 미카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옆 빌딩의 노무라 증권에서 일하던 중 9·11 사태를 직접 목격하고 저널리스트로 변신했다. 저자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말 아래 생명이나 안전, 국민의 생활에 관한 국가의 중추기능이 극단적으로 민영화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단숨에 추진됐다고 주장한다. 마이클 역시 '민영화된 전쟁'의 희생자이고, 이는 국가 차원의 '빈곤 비즈니스'(빈곤층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사업)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인간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구조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빈곤층 지원비용 삭감으로 인해 아동들이 저렴한 정크푸드만을 찾아 발생하는 비만 문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통해 드러난 민영화된 재해대책의 부실함, 공적 의료보험이 없어 비싼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중류층, 공부할 돈이 없어 군대로 가는 학생들…. 일본인인 저자는 미국의 어두운 현실을 뒤쫓고 있는 오늘날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마이클은 약속된 급료를 다 받았을까? 다 받았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마이클은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탓으로 귀국 후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힘들게 번 돈은 치료비로 바닥이 났다. 마이클은 집에 누워서 지내고, 부인이 밤낮으로 일해 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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