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삶, 이렇게까지 다 말해버리다니…

  • 서유미·소설가

    입력 : 2008.10.17 21:47

    젖과 알
    가와카미 미에코 소설집|권남희 옮김|문학수첩
    142쪽|8500원
    올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초경 앞두고 두려워하는 딸 처진 가슴 고민하는 엄마 묘사

    싱어 송 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소설을 써서 올해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자칭 ‘문필 가수’가와카미 미에코. /문학수첩 제공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아쿠타가와상의 발표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선보이고 스타를 배출할까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제 138회 수상작 〈젖과 알〉은 여러모로 이목을 끌 만했다. 수상자인 가와카미 미에코가 호스티스와 가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팔방미인에다 소설도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젖과 알〉은 그 제목부터 굉장히 특이하다. 포장지가 확 벗겨져서 내용물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은 이 솔직한 제목은 소설의 내용을 압축해 놓은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주축을 이루는 엄마와 딸은 바로 '젖' 과 '알' 때문에 각각 고민에 빠져 있다. 초경을 앞두고 있는 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자가 되어 가고 있는 육체 때문에 불안하다. 연말이면 마흔 살이 되는 엄마는 처진 가슴 때문에 유방확대수술을 고민하고 있다. 한쪽은 여자로서의 삶이 시작되고 있고 다른 쪽은 쭈그러들기 시작하고 있다.

    딸인 미도리코가 성장통을 겪으면서 세상에 대해 투정하고,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엄마를 걱정하는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엄마인 마키코가 처지고 줄어드는 유방 때문에 쓸쓸해하는 것도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런데 이 모녀는 자신의 육체에만 불만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 관계까지 삐걱거려서 몇 개월째 말도 제대로 안 하고 산다. 서로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지만 입을 열면 자꾸 싸우게 된다. 소설은 이런 엄마와 딸의 모습을 통해서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가족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젖과 알〉은 성적인 의미를 배제한 신체의 일부분으로서의 유방과 난자를 주된 화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남성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뜰 만한 부분이 많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음, 이렇게까지 다 이야기해줄 필요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적나라한 묘사와 대화 앞에서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목욕탕 장면은 압권이라 할 만하다.

    사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읽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 소설은 상징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제목만큼이나 인물들의 성격도 뚜렷하고 상황을 대비시키는 구조도 잘 계산되어 있어서 빠르게 읽힌다. 시종일관 솔직한 데다 조잘조잘 수다까지 잘 떠는 달변가의 인상을 풍긴다. 마지막에 작가가 마련한 소박하지만 비장한 화해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이 책에는 〈젖과 알〉 외에 〈당신들의 연애는 빈사〉라는 단편도 함께 실려 있어서 가와카미 미에코의 작품 세계를 좀더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처음 보는 남자와의 하룻밤을 꿈꾸는 여자가 등장하는데 다소 엉뚱한 반전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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