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의 생각·몸·생활은 그대로 예술이었다

    입력 : 2009.03.14 03:31

    <그땐 그 길이 왜 그리 좁았던고>
    김진·이연택 지음|해누리|287쪽|1만원

    나혜석(1896~1949)은 한국 근대 사회에 파문을 던진 여성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역사적 인물이면서도, 남편과 이혼한 뒤에는 '이혼 고백서'를 발표해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뿐인가. 파리에서 염문을 가졌던 최린을 대상으로 '정조 유린죄'라는 죄목으로 위자료 청구소송까지 벌였다.

    나혜석은 지금까지도 관심과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현실에선 남편과 삼남매의 아내이자 어미였다. 이 글의 저자인 김진(83) 전 서울대 법대 교수는 나혜석의 아들로 네 살 때 생모와 헤어졌다. 저자는 평생 동안 주변에 나혜석이란 이름을 꺼내지 않았을 만큼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러나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간 아버지 김우영에 대해 알리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활기차고 재능 많았던 김우영은 나혜석과 이혼하고 무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저자는 책에서 누이의 입을 빌려 나혜석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아내이기 전에, 우리의 생모이기 전에, 여자이기 전에 예술가야. 그는 예술을 해서 예술가가 아니라, 생각 전체가, 몸 전체가, 생활 전체가, 영혼이 있다면 영혼 전체가 예술에 맞춰져 있는 예술가." 아버지를 위해 시작한 책이었지만 4년간 자료를 찾고 나혜석의 행적을 더듬으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 저자는 13일 전화통화에서 "책이 나오고 나니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가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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