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류 시인 '옥봉' 사랑과 시 둘다 가질 수 있다면

    입력 : 2009.04.25 03:14

    나비야 나비야 |은미희 장편소설|문학의문학
    315쪽|1만1000원

    은미희 작가.

    은미희(49)는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다. 장편 《바람남자, 나무여자》에서 그녀는 사랑하는 이에게는 거절당하고 빈 껍질만을 붙잡은 채 살아가는 네 남녀의 엇갈린 애증을 다뤘다. 또 다른 장편 《소수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근친, 또는 동성 간의 위험한 사랑을 통해 사랑의 파괴적 속성과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에 작가가 택한 사랑은 조선 중기 여성시인으로 명성을 날렸던 이옥봉(?~?)의 삶 위에서 펼쳐진다.

    첩의 딸로 태어난 이옥봉은 서녀(庶女)는 첩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규범을 거부한다. 시를 향한 열정에 사로잡혀 있던 그녀는 "결혼 따위는 않고 시만 쓰겠다"며 고향 옥천을 떠나 상경한다. 서울에서 남자들과 시를 견주던 그녀에게 훗날 비극을 초래할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에 눈먼 그녀는 "다시는 시를 짓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결혼하겠다"는 남자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시를 포기한다.

    기록에 따르면, 옥봉은 결혼 후 시를 썼다가 들통나 내침을 당했다. 중국까지 흘러들어간 이옥봉은 시가 적힌 종이로 온몸을 감싼 채 죽은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사랑과 시의 양립을 부당하게 거부당했던 조선시대 여인의 슬픈 삶과 그녀의 내면에 가득했을 갈등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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