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입력 : 2009.10.10 03:14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오기현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346쪽|1만5000원

    "북한 일꾼들과 내가 서명한 '합의서'와 '의향서'는 전화번호부 한 권쯤은 족히 된다. '남측의 SBS와 북측의 ○○○는 화해와 교류를 통해 민족적 이질감을 해소하고 평화 정착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라는 거창한 문구로 시작되지만, 대부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효력을 잃는다."

    저자는 1998년 이후 무려 30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현직 공중파 TV 프로듀서이다. 남북 방송교류의 최일선에서 방송사 최초의 방북 취재, 김일성광장에서의 국내 언론 사상 최초 생방송 뉴스, 조용필 평양 공연, 조경철 박사의 동생 상봉 등 대형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다.

    그가 지켜본 대북 사업 현장은 민족적 열정이 지배하는 '이상향(理想鄕)'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면서도 오로지 달러에만 관심이 있는 북한의 대남 사업가들, 파리 개선문을 본뜬 평양의 개선문 앞에서 사진 한장을 찍기 위해 북한행 비행기에 오르는 남한의 대북 사업가들, 이들의 수 싸움에서 파생하는 음모와 배신, 분노와 좌절이 부단하게 교직하는 남북 교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 파트너로부터 단 한 번도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 북한 사람들은 절대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다. 사과하는 북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북한 사람이 아니든지, 아니면 벌써 통일이 되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책은 남북문제 당사자인 북쪽 파트너에 대해 극단적인 적의를 품은 사람이나 정반대로 지나친 감상에 젖어 상황을 바라보는 낭만주의자 등 양쪽 극단의 편향된 자세로는 이른바 '민족의 지상과제'인 통일을 이루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남북 방송교류 10년의 성과를 정리한 부록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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