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中國)이 부흥하면 세계는 더 평등해진다고?

    입력 : 2009.12.12 03:02 | 수정 : 2009.12.12 11:11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
    조반니 아리기 지음|강진아 옮김|길|603쪽|3만3000원

    "20세기 후반기 세계 경제의 최대 특징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경제부흥이다." 여기까지는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결과 세계 문명들 사이의 더 큰 평등성에 기초한 애덤 스미스식 세계·시장 사회의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하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좌파 경제학자인 조반니 아리기의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조금 난해하면서도 독특한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본주의 세계 경제체제의 헤게모니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뉴스
    단순히 "중국과 동아시아가 경제 팽창을 거듭하며 미국을 대체하는 힘으로 등장하면서 '신(新)아시아 시대'를 열고 있다"고 한다면 그리 새로울 게 없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제노바에서 네덜란드로, 영국으로, 미국으로 이동해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앞으로는 중국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수없이 나왔다.

    아리기 주장의 파격은 그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구별하는 데서 출발한다. 시장의 역사는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래됐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하는 게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그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는 미국,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국가는 중국'이라는 식으로 나누는 데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헤게모니 이동은 과거의 헤게모니 이동들과는 의미가 달라진다.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쇠퇴하고 새로운 경제체제가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스미스식 세계·시장 사회'라고 하는 새로운 경제체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분명치 않다. '새롭고 훨씬 평등한 세계질서'라든가 '우호적인 일종의 문명연방' '사회적으로 더 공정하고 생태적으로 더 지속가능한 발전경로'라는 식의 다소 막연한 설명뿐이다.

    좌파 이론가인 저자가 카를 마르크스 대신 애덤 스미스에서 자신의 이론적 근거를 찾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개념으로는 중국을 잘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미스의 시장경제 이론이야말로 스미스와 관계없어 보이는 중국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라는 이 책 제목도 여기서 나왔다.

    스미스에 대한 그의 해석은 매우 파격적이다. "스미스는 시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도 않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하지도 않았고, 노동 분업을 지지하지도 않았다"는 게 아리기의 주장이다.

    스미스에 대한 이런 재해석을 토대로 그는 중국을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비(非)자본주의적 시장경제'로 분류했다. 중국이 무궁무진한 저임 노동력을 착취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인 개혁, 농업 발전, 사회주의적 의료·복지 유지, 근면하고 교육받은 노동자의 대량공급 등을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서구의 자본주의적 발전경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서구 자본주의는 '자본·에너지 집약적'인 데 반해 중국 경제성장의 특징은 '노동 집약·에너지 절약형'이라고도 했다. 서구의 발전경로는 경제적 불평등과 전쟁으로 점철됐지만 중국과 동아시아의 발전경로는 경제적 평등과 평화를 구현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비하기도 한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으로 대표되는 세계체제론의 주요 이론가이기도 한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해 상당히 색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리기의 이런 이분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은 2007년 출판 직후 특히 서구 좌파 진영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애덤 스미스에 대한 해석과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놓고 반론이 많았다. 반면 우파 진영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거의 없었다. 애덤 스미스라는 접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세계관의 차이 때문에 주류 경제학과의 소통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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