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발명 아이디어로 '요지경 세상'을 꼬집다

    입력 : 2010.06.05 03:03

    발명 마니아
    요네하라 마리 지음|심정명 옮김|마음산책|512쪽|1만5000원

    장례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발명품은? 영구차 자체를 이동식 화장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영구차 내부의 관(棺)을 두는 부분을 오븐으로 바꿔 영안실에서 묘지로 가는 동안 화장해 버리면 된다. 묘지에 도착하면 영구차의 뒷좌석 문은 유골을 주워서 유골함에 수습하는 의식을 치르기 위한 받침대 역할을 하게 된다.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며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떨친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의 '초간단 장례식' 아이디어다. 얼핏 황당무계하게 느껴지는 이 글의 이면에는 일본 사회에서 유행하는 '직장(直葬)'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직장'이란 사람이 죽으면 일체의 의식을 생략한 채 영안실에서 유해를 화장장으로 바로 옮겨 태워버림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는 장례를 뜻한다. 저자는 "인간을 순수하게 물건으로 보는 데 철저한 집단이었던 나치로부터 초간단 장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독설을 퍼부은 후 "하기야 장례식을 자꾸 생략하다 보면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니 태어나는 것도 생략하자는 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마는"이라고 유머러스하게 글을 마무리한다.

    2006년 세상을 뜬 저자가 사망 전까지 '선데이 마이니치'에 연재한 글을 묶은 이 책에는 일상의 불편에서부터 시사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현실 개선을 위한 기상천외한 발상들이 넘쳐난다. 바빠서 애완동물을 쓰다듬어줄 시간이 나지 않자 '쓰다듬기 천수관음(千手觀音)'을 고안하고, 이라크전(戰)을 장기 이식을 위한 '신선한 시체의 공급원'이라고 비꼬면서 반전주의자로서의 견해를 드러내는 식이다.

    문장은 통렬하고 냉소적이나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신랄함을 누그러뜨린다. '프라하의 소녀시대' 등의 감성적이고 유쾌한 에세이집에 익숙했던 독자들이라면 독설가로서의 면모가 강하게 드러난 이번 책이 다소 낯설 수도 있겠다. 책 속의 일러스트도 저자가 직접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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