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고 적개심 품고… 증상을 질병 만들고… '아픈 짓'만 골라 하니까

    입력 : 2011.03.26 03:02

    비만·중독… 각종 질병들이 대량생산되어 우리가 아픈 것

    우리는 왜 아플까

    대리언 리더·데이비드 코필드 지음|배성민 옮김
    동녘사이언스|480쪽|1만7000원

    매사에 조급하고 성미가 불 같은 사람이 있다. 대개 이런 유형의 인간은 성취욕이 강하다. 항상 경쟁적이며, 결과에 대해 늘 초조하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성격A'라고 부른다. 반면 '성격B'는 느긋하고 무던한 유형이다. 사회·경제 발전의 주역은 주로 '성격A'들이다. 직장에서도 높은 자리는 그들 몫이다. 하지만 대가를 치른다.

    성격A와 B로 각각 분류된 건강한 중년 남성 3400명을 대상으로 2년 반 후 심장병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조사했다. 성격A가 성격B보다 6배 많이 관상동맥 질환에 걸렸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이곳이 동맥경화 등으로 막히고 좁아지면 심근경색증이 생긴다. 성격이 질병을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의학자들은 '적개심'에 주목한다. 네덜란드에서 혈관 수술을 받은 환자 875명을 조사했더니, 모든 일에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사람은 수술 후 9개월 뒤 심장마비가 오거나 사망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다섯 배 높았다. '만성 분노'가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세운 마을 '로세토'가 있다. 이곳 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신기하게도 주변 마을이나 미국 전체와 비교해도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특별한 건강식을 먹는 것도 아니었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흡연량은 이웃 마을과 비슷했다. 해답은 공동체 삶에 있었다. 상부상조하는 끈끈한 인간관계가 심장병 발생을 억제했다. 로세토 마을을 떠난 이민자는 다른 마을 사람과 비슷하게 병에 걸렸다.

    책에서 제시한 이런 사례들은 성격과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질병을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왜 아플까'란 질문에 저자들은 '아픈 짓'을 했으니까 아프다는 의미로 답한다. 질병은 결국 삶의 파생물이라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와 과학철학자인 저자들은 질병의 문제를 심리학과 '몸과 마음의 관계학'에서 찾는다. 무심코 던진 악담이 질병을 유발하고, 사회적 관계에서의 실망과 좌절이 신체 통증을 일으킨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신지호 기자

    현대의학의 질병 체계도 꼬집는다. 과거 뚱뚱한 이는 풍채 좋은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비만이라는 낙인을 받으며 환자로 분류된다. 속쓰림은 단순한 증상이지만, '위·식도 역류'라고 하면 질병 목록에 올라간다. 의학계 조크 중에 '발작 눈물 흘림 증상'이라는 게 있다. 우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질병은 손수건과 물로 해결할 수 있다. 의사들은 '눈물샘을 없애는 처치로 근본적인(?) 증상 치유도 가능하다'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의료시장에는 니코틴, 섹스, 인터넷 등 각종 중독이 넘쳐난다. 제약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신약(新藥)은 새로운 진단이 필요하고, 그 기준에 맞는 '환자'는 의약품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환자도 증상을 질병으로 승격시키려 한다. 자신의 고통을 남이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명이 고통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픈 이유는 우리가 '질병 대량생산' 사회 속에서 살기 때문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환자가 되어 죽는다. 이 책 속에는 그럴 만한 많은 핑곗거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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