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가는 당신 여기서 잠시 멈춰요

    입력 : 2011.03.26 03:01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문학동네|412쪽|1만5000원

    "프로방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힌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분주함과 부산함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주관하며 느린 속도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 프로방스로 가야 한다."

    2002년부터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의미세계와 사회운동' 등을 낸 사회학자이자 '파리를 생각한다-도시 걷기의 인문학', '파리의 장소들' 같은 에세이를 쓴 작가이다. 이 책은 파리를 떠나 프로방스에서 2005년 7~8월 여름 한 달 동안 지내며 쓴 일기이다.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을 일컫는 옛 지명이다. 저자는 프로방스의 자연 풍광과 오래된 도시의 역사 유적 등을 보고 느낀 것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일기'가 그러하듯 자기 자신과 나눈 대화는 물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영혼과 만나 세상 사는 방식과 삶의 의미에 대해 나눈 대화도 기록했다.

    저자가 촬영한, 프로방스에서의 어느 결혼식 직전 모습. /문학동네 제공
    프로방스를 다른 지방과 구별시키는 가장 큰 특징은 빛이다. "노랗고 투명한 햇빛 없는 프로방스는 상상할 수가 없다. 햇빛은 프로방스의 그 맑고 건조한 대기 속에서 밝음과 따뜻함을 글자 그대로 부스러뜨리고 터뜨려서 흩뿌려놓는다." 또한 프로방스에서는 미스트랄이라 불리는 남프랑스 특유의 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저자는 프로방스의 자연 속에서 창작하고 휴식을 취한 예술가들의 면면을 떠올린다.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별'로 프로방스를 세계에 알린 알퐁스 도데,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시인 프레데리크 미스트랄, 알베르 카뮈, 장 지오노 등 작가들과 마티스, 피카소, 샤갈 등 화가들의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프로방스의 미술관, 박물관, 카페, 골목 등과 어우러지면서 펼쳐진다.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예술가는 반 고흐다. 세상의 규범에 순응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고통스럽게 삶의 의미를 추구했던 그에게 관심을 갖게 마련이고, 프로방스는 반 고흐가 자살하기 전 마지막 3년을 보낸 곳이기에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친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해온 한국 사람들은 느리고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시간을, 풍경을, 음식을, 포도주를, 사람을, 햇빛을, 바람을, 정적(靜寂)을 음미하지 못하게 되었다." 프로방스가 그런 조급증을 치료하는 요양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하루를 끝내고 한껏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 펴볼 책이다. "누군가가 읽고 있는 책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준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를 읽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같은 문장들이 공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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