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돈 더 쓸 것인가… 패스트푸드 먹을 것인가

    입력 : 2011.04.23 03:04

    자연 식품은 대량생산 불가능해 화학첨가물 식품 고안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파울 트룸머 지음ㅣ김세나 옮김ㅣ더난출판사 | 344쪽ㅣ1만5000원


    이 책의 구성은 부채꼴로 잘라놓은 피자 조각과 비슷하다. 뾰족한 꼭짓점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진다. 냉동피자 한 판에서 시작된 궁금증이 전 인류의 40년 후 먹을거리로까지 확대된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경제전문 언론인. 어느 금요일 저녁 평소보다 늦게 일이 끝난 그는 스트레스는 쌓이고, 배는 고프고, 시간은 없다. '별생각 없이' 단골 수퍼에서 냉동피자를 한 판 산다. 집에 돌아와 오븐으로 냉동피자를 데워 먹으면서 포장에 적혀 있는 밀가루·토마토·살라미·치즈 등 14가지 재료 목록을 본 그는 문득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 피자는 어떻게 만든 거지?" 이게 시작이다. 인터넷에서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의 치즈버거가 수개월 동안 썩지도, 곰팡이가 피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실제로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세계화를 상징하는 산업화된 음식으로 '피자'를 상정한 저자는 긴 여행을 시작한다. 노래하는 아저씨, 미소 짓는 엄마, 웃는 얼굴로 밭을 가는 농부 등으로 포장된 가공식품의 실상을 파헤쳐보는 여행이다. 저자는 식품회사를 설득해 냉동피자 생산공정을 견학한 데 그치지 않고 제분공장과 미국 거대 곡물거래업체 CEO를 만나고, 이탈리아 시칠리아까지 찾아가 토마토 농부를 인터뷰한다. 독일에서는 파업 중인 낙농업자를 만나고, 소와 돼지 사육장을 방문하고 치즈의 생산·유통과정을 샅샅이 훑는다. 한 바퀴 죽 돌아본 결과는 세계화·산업화한 식품 생산과정에선 단 두 가지 단어만 주문처럼 떠돌고 있다. '일관성'과 '단일화'다. 감자튀김도 비슷한 크기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농장과 단일경작 형태를 부추긴다. 또 천연재료보다는 인공화학첨가물을 사용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향을 내는 천연바닐린은 ㎏당 약 4000달러인데, 인공 바닐린은 ㎏당 12달러에 불과하니 선택은 당연하다. 유전자가공식품의 안전성 역시 불확실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패스트푸드만 먹으면서 얼마나 건강이 나빠지는지 보여준 영화 '수퍼사이즈 미'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중국·인도 등 거대 인구 국가들의 경제성장과 함께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번성하고 있다. 그러면 식품산업 회사들만 책임이 있는가. 시간과 돈을 아끼려는 소비자의 태도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앞서 나온 이런 종류의 책과 마찬가지로 이 여정의 결말 역시 '글로벌 식습관'이 우리 스스로를 위협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50년의 세계 인구는 90억명으로 증가한다. 늘어난 인구는 경제 발전의 영향으로 "좀 더 많이, 좀 더 잘 먹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이어간다면 2050년에도 세계적으로 4억명은 굶주리게 된다. 나머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식품산업계의 논리대로라면 가축과 곡물 모두 대량생산과 표준화가 가능한 주력 재배종(種)만 남게 된다. 광우병, 구제역에서 보듯이 특정 질병이 유행할 확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유기농업, 공정무역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그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저자는 "우리의 식품은 원래 대량생산용으로 고안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량생산을 하면서 그토록 많은 화학첨가물을 고안해야 했고 우량종의 동물과 식물만을 사육할 수밖에 없었다"며 소비자들이 공부해야만 하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건강에 좋은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직접 요리도 하는 등 시간과 돈을 더 쓸 각오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참 쉽지 않은 이야기이고 새롭지는 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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