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의 맛 살리는 '글 추임새'

    입력 : 2011.06.04 03:01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
    손철주 지음|현암사|304쪽|1만5000원

    거나해진 선비가 휘청이는 몸을 소나무에 기댔다. 이 취객, 느슨해진 고의 띠를 여미고 있는 중이다. 꽉 차 있던 방광을 비운 후련함이 입가에 흐뭇하게 남아 있다. 18세기 평양 출신 화가 오명현(吳命顯)의 이 그림을 저자는 이렇게 읽어냈다. "이 그림은 추저분하지 않다. (…) 그것이 넉살과 익살로 눙치는 조선의 톨레랑스다. 무얼 봐서 용서하라고? 코 대고 맡아봐라. 지린내가 안 난다."

    우리 옛 그림 68점에 짤막한 풀이를 곁들여 소개하는 책이다. '꿈보다 해몽'의 미덕이 있다.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옛 그림들이 생기를 띠는 것은 스테디셀러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등을 쓴 저자의 맛깔나는 풀이 덕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절세가인(絶世佳人) 서시(西施)가 빨래하던 완사계(浣沙溪) 아랫목엔 목욕하러 온 한량들이 사철 내내 득시글거렸다. 저자는 이 야사와 빨래하는 서시를 그린 19세기 이재관(李在寬)의 그림을 엮어 너스레를 떤다. "왜냐고? 서시가 옷을 빤 곳 아닌가. 볼썽사납긴 해도 한편 눈물겨워라, 저 남정네들의 안쓰러운 페티시즘이여." 재치와 아취(雅趣)를 두루 갖춘 문장이 그림을 감상하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기에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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