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너희는 B급… 난 원래 이래, 필터 없는 사람이야"

    입력 : 2011.10.25 03:03 | 수정 : 2011.10.25 05:21

    [본인은 읽지 못한 스티브 잡스 전기, 전 세계 동시 발간… 국내선 첫날 재판 돌입]
    타임지 前 편집장이 잡스 주변 100여명 인터뷰
    "사전에 안 보여준다" 조건… 독설·모순·천재성 입체조명
    기분 잡치게 하는 말의 대가 - "양부모는 1000% 내 부모, 생부는 내 정자 은행일 뿐"
    애인이 낳은 딸 인정하면서도 "통계적으로 美 남성 28%가 그 아이 아버지일 수 있다"
    그는 필터 없는 사람 - 사람은 영웅 아니면 머저리, 제품은 예술 아니면 쓰레기
    중간없이 속마음 그대로 표현

    24일 전 세계 동시 발간된 스티브 잡스 전기 '스티브 잡스'(민음사)가 국내에서도 초판 10만부가 모두 출고되고 바로 재판 8만부 인쇄에 들어가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인 타임지 전 편집장 월터 아이작슨은 2009년부터 잡스를 40여차례 인터뷰했고, 100여명의 인터뷰로 살을 붙여 잡스를 입체적으로 비추고 있다. 필자 뜻으로 잡스는 이 전기 내용을 생전에 보지 못했다. 드러난 스티브 잡스의 삶은 '모순'과 '극단'으로 압축된다. 불꽃처럼 56년 삶을 완전연소한 잡스가 프레젠테이션 마지막에 늘 했던 말을 연상시키는 책이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잡스는 기분 잡치는 말의 대가"

    그의 말은 극단적이었다. 잡스는 양부모를 일컬어 "1000% 내 부모"라 했지만 생부 잔달리와 생모 조앤 시블에 대해선 "나의 정자와 난자은행일 뿐"이라고 했다. 이 어법은 처음이 아니다. 매킨토시 출시 이후 직원 4분의 1을 해고하면서 "너희들은 B급"이라 했고, 납품사가 일정을 못 맞추겠다 하자 "빌어먹을 고자 녀석들(Fucking dickless assholes)"이라고 욕했다.

    아내 로렌 파월과 다정한 모습의 잡스. 동갑내기인 그와 빌 게이츠는 서로 “아내 잘 만났다”고 자랑하곤 했다. /민음사 제공
    애플 공장을 방문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컴퓨터 대신 직원 복지와 근로조건을 계속 묻자 그는 말했다. "그렇게 복지에 관심이 많으면 직접 와서 일하라고 해." 통역자는 "영부인께서 방문해주셔서 고맙다"라고 거짓말했다. 2009년 병상에서도 그는 "디자인이 다른 마스크 5개쯤 가져오면 골라 쓰겠다"고 투덜거렸다. 애플 디자인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는 "잡스는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방법을 잘 알고 그것을 실천했다"고 했다.

    ◇"나는 필터가 없는 사람"

    그에게 사람은 '영웅 아니면 머저리'였고, 제품도 '예술 아니면 쓰레기'였다. 중간은 없다. 동시에 그는 모순적이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해놓고 자신은 엄청난 스톡옵션을 챙겼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싶다 했지만, '기부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 냉소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면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It's simply who I am, This is who I am)." 이런 말도 했다. "그게 나야" "나는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야" "나는 필터가 없는 사람이야."

    (왼쪽부터)생부 잔달리, 양부 폴 잡스, 존 바에즈.

    ◇"미국 남자 28%가 리사 아버지?"

    버려진 아이였던 잡스는 동거녀(브레넌)가 낳은 아이를 버렸다. 당시 23세. 이후 친자 확인 검사결과 '94.41%'라는 수치가 나왔다. 기자에겐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미국 남성의 28%가 리사(딸)의 아버지일 수 있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여자는 "내가 미국 남자 28%랑 잤다는 얘기냐"며 분노했다. 평소 오만하게 굴다가도 새 제품을 '타임'이나 CNN방송에 노출하고 싶을 땐 타임 편집장이던 이 책의 저자 아이작슨에게 전화해 친한 척했다. 전기를 부탁할 땐 이렇게 말했다. "전기를 쓴다면 나만큼 흥미로운 주제도 없을 것."

    ◇"서구의 광기를 봤다"

    74년 그는 인도에서 7개월을 보냈다. "저는 서구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목격했습니다." 이후 그는 힌두교, 선불교 등 동양사상에 심취했다. 단순한 디자인의 애플 제품, 가구가 없는 잡스의 자택, 모두가 '선(禪)' 스타일. 소년 시절엔 하루 종일 사과만 먹은 날도 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애플.

    수술을 거부하고 대체의학을 고수해 병세가 악화됐다. 그래도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암을 이겨낸 최초의 사람이 되겠어."

    ◇"존 바에즈는 사랑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는 딱 두 명. 티나 레지와 로렌 파월이다. 존 바에즈도 사랑한 줄 알았지만 그냥 무척 좋아한 거였다." 잡스는 1982년 14세 연상의 포크 가수 존 바에즈와 1년간 연애했다. 바에즈에게 그는 '수수께끼' 같았다. 저녁 내내 "당신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봐놨다"고 얘기하다가 막상 매장에 가서 바에즈가 그 옷을 입자 "당신 돈으로 꼭 사라"고 했다. 대신 컴퓨터에 서툰 그녀에게 최신 애플 컴퓨터를 선물로 안겼다. 잡스의 청혼을 거절한 애플재단 직원 티나 레지는 이렇게 말했다. "함께 했다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

    잡스가 찾는 여자의 조건은 상호 모순적이었다. ▲똑똑하면서도 가식이 없고 ▲독립적이면서도 남자를 위해 양보하고 ▲털털하면서도 천사 같고 ▲팔다리가 긴 금발 미인이며 유기농 채식주의자. 1989년 만난 7년 연하 대학원생 로렌 파월이 그런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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