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사랑했던 여인이 말하는 우울증

    입력 : 2011.11.19 03:14

    프로작 네이션

    엘리자베스 워첼 지음|김유미 옮김
    민음인|485쪽|1만6500원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뉴욕주 변호사로 일한다. 게다가 금발 미인이다. 그러나 화려한 껍질 안에서는 우울증이라는 폭탄이 날마다 터지고 있었다.

    '프로작 네이션(Prozac Nation)'은 항우울제인 프로작이 위궤양 치료제 잔탁 다음으로 자주 처방되는 미국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저자 엘리자베스 워첼(44)은 자신이 '공장 생산 라인에서 맛이 간 상태로 만들어져 나온 불량품' 같았다고 고백한다. 부모는 그녀가 2살 때 이혼했다. 어머니는 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다가도 돌연 냉혹해졌고, 아버지는 신경쇠약으로 약에 빠져 지내다 가족을 버렸다. 워첼은 11살 때부터 면도칼로 다리에 상처를 내고 수시로 울부짖었다. 공부는 잘했으나, 아무런 감정과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약물과 술에 의존하다 "내 병만이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여겨 우울증을 사랑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당시로는 신약이던 프로작을 처방받게 되면서 지옥 같던 늪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500쪽에 가까운 분량 내내 행복하거나 즐거운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책을 읽으며 화가 나고 불편하다면 그게 바로 의도했던 점"이라며 "우울증에 대한 공포심과 성급한 판단이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질병과 정상적인 삶을 혼동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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