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지배한 자, 권력을 움켜쥔다

    입력 : 2012.01.07 03:25 | 수정 : 2012.01.07 05:23

    시간과 권력의 역사

    외르크 뤼프케 지음|김용현 옮김
    알마|332쪽 | 1만8500원

    기원전 2세기 고대 로마의 통치자들은 장날에 민회(民會)가 열리는 것을 경계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날에 민회가 열리면 폭동이나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치자들은 고민 끝에 달력상에서 장날을 민회가 열릴 수 없는 날을 뜻하는 '네파스(nefas)'로 규정했다. 민회가 달력에 표시된 민회일에만 열리게 됨으로써 집회의 즉흥성은 사라졌다.

    1872년 일본 메이지 천황 정부는 다음해 달력이 이미 인쇄 중이었는데도 공지 기간을 단 20일만 둔 채 그레고리력 개혁을 단행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태음태양력에 따르면 1873년에 윤달이 있어서 모든 관료에게 한 달 급료를 추가로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개력(改曆)은 일본 정부가 재정 부담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독일 종교학자인 저자는 "달력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의식에 대한 지배를 의미한다"는 가정 아래 역사적으로 달력이 어떻게 권력자들의 통치도구로 이용돼 왔는지를 짚어간다. "달력은 하나의 문서이며 내용을 묘사하는 그림이나 특정한 모양, 그리고 기능을 지닌 서류다." 묵직하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풍부한 사례 덕에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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