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완벽한 우월종? 우연한 결과물"

    입력 : 2012.01.07 03:25 | 수정 : 2012.01.07 05:22

    다윈 지능
    최재천 지음 | 사이언스북스 | 312쪽 | 1만5000원

    1859년 11월 24일 런던의 존 머레이 출판사가 처음 '종의 기원'을 펴냈을 때, 초판 1170권은 꺼내 놓기 무섭게 몽땅 팔려나갔다. 원숭이의 몸에 다윈의 얼굴을 붙여 비꼰 만평도 등장했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에 비해 다윈에게 가해진 탄압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왜일까. "보다 나은 형질이 자연적으로 선택되는 것이 진화의 메커니즘이라면, 그 선택의 결과로 신의 선택을 받은 완벽한 종인 인간이 나타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66쪽)이다.

    하지만 '통섭(統攝·Consilience)의 지식인' 최재천 교수는 "이런 식의 진화론 이해는 오해다. 자연 선택은 목적이 있는 '진보'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인간은 지극히 무계획적이고 무도덕적이며 비효율적인 자연 선택 과정의 우연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진화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해온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은 번역이라며 "최고만 살아남는다는 선입견을 심어 과열 경쟁을 부추긴 죄인"이라고 지적한다. "경쟁·갈등보다 협력·화합이 필요한 다양성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진화론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공감의 시대로 도약할 다윈의 지혜'에 접근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진화론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둘러싼 이야기가 가득하다. 최 교수가 1979년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 때 공항 로비에서 만난 빨강 머리 여인의 기억은 유전자 변이(mutation) 이야기로 이어지고, 컨트리 가수 케니 로저스의 노래 '도박사(The Gambler)' 가사로부터는 유전자 빈도가 임의로 변화하는 '유전적 부동(genetic draft)'이 설명된다. 생물학의 범주를 넘어 철학·경제학·법학·정치학·예술 등에 폭넓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진화론 원리에 즐겁게 다가서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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