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근 안 된다는 상사에게 "왜?"라고 하는 그들

    입력 : 2012.01.21 03:16

    세계화·인터넷 시대 글로벌노마드 100명 목소리 생생히 담아
    영어·당당함이 강점, 간섭·지시는 질색… 신흥시장 인력으론 이들만한 집단 없어

    글로벌노마드

    짐 매튜먼 지음|이영숙 옮김|미래의창|303쪽|1만4000원


    한풀 꺾였다지만 지금도 한 해 2만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조기유학을 간다. 보내면서도 부모는 회의(懷疑)가 든다. 갔다 와봤자 별 볼일 없더라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은 탓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흥미롭다. 어린 나이에 모국을 떠나 외국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우리나라 말고도 도처에 많다. 꼭 조기유학이 아니더라도, 세계화된 지구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갈수록 늘게 돼 있다. 그들은 지금 이순간 세계 곳곳에서 어떤 행로를 걷고 있을까?

    글로벌노마드, 너는 누구냐

    저자 매튜먼(Matthewman)은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 컨설턴트다. 그는 "세계화와 인터넷으로 과거에 없던 진기한 인종, 이른바 '글로벌노마드(Global Nomad·지구촌 유목민)'가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corbis / 토픽이미지

    그는 우선 통계를 들이댄다. 지구는 한 해 10억명이 국경을 넘어 옮겨다니는 별이다. 이 중 일자리를 따라 옮겨다니는 사람은 두 부류. 첫 번째 부류는 부자 나라에 돈 벌러 가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다. 영국 식당에서 서빙하는 폴란드 종업원, 두바이 공사장에서 삽질하는 인도 노동자, 독일 공장에서 땀흘리는 터키 노동자 등이다.

    글로벌노마드는 두 번째 부류를 가리킨다. 더 나은 교육 기회 혹은 부모의 직장을 쫓아 일찌감치 외국을 돌아다니며 영어와 국제감각을 익힌 뒤 다국적 기업·시민단체·국제기구에 근무하는 25~35세 엘리트들이다.

    "내가 선택하는 곳이 고향"

    매튜먼은 국제도시 두바이에 모여든 글로벌 노마드 10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육성은 글로벌노마드가 어떤 사람들인지 그 어떤 통계보다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국 대학 졸업 후 프랑스에서 직장 다니다 남아공으로 이사갔는데 마침 핀란드 여자친구와 사귀다가 헤어진 뒤 남아공 여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지금은 프랑스 여자와 재혼해 다국적 기업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60쪽), "싱가포르는 제가 25년간 살아온 곳 중에서 네 번째 대륙, 일곱 번째 국가, 열두 번째 도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70~71쪽).

    일반인과 달리 이들에게 조국과 고향은 '주어진 곳'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곳'이다.

    강점은 영어와 개방성, 하지만 단점도 숱하게 많다

    글로벌노마드는 경제학·경영학·회계학·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다. 졸업 후엔 광고·협상·리서치·분석·창작·디자인 직종에 몰린다.

    이들이 직장을 구할 때 중시하는 건 돈보다 '도전'이다. 한 나라에 뿌리내리기보다 2~3년 단위로 여러 나라를 옮겨다닌다. 모국에 정착해도 단조로운 일상, 폐쇄적인 분위기에 환멸을 느끼기 쉽다. 개인의 안락에 치중한 1980~90년대 여피들과 달리 이들은 명분과 사명을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모국의 현실정치에 깊이 빠져들진 않는다.

    영어·인터넷·개방성·자신감이 강점이지만, 단점도 많다. 특히 각국의 '어른들' 눈에 이들은 황당한 점 투성이다. 저마다 집에서 "너는 특별하다"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듣고 자란 경우가 많다보니, 어른이 된 뒤에도 부모나 상사로부터 칭찬과 피드백을 갈구한다. 그러면서도 지시와 간섭은 질색한다.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과거 세대는 기업이 제시하는 수준에 자신을 맞추려 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세상에 기업이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력 초기부터 비중 있는 일을 맡고, 고위 간부에게 자유롭게 접근하려고 한다. 그들은 평생 직장은 원치 않고, 원하는 척도 하지 않는다. 상사가 그들에게 "자네가 나보다 먼저 출근해서 늦게 퇴근해야지" 라고 말하면 그들은 정말 궁금해서 눈을 크게 뜰지 모른다. "왜요?"

    "그래도 길게 보면 잘 될 것"

    매튜먼은 글로벌노마드의 미래를 낙관한다. 신흥시장을 일굴 인력으로 글로벌노마드만한 집단이 없다는 게 매튜먼이 인터뷰한 다국적 기업 CEO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선진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새 프로젝트라고 해봐야 기존 업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아직 '대박'이 가능한 게 신흥시장이다(88쪽). 여러 문화를 다 알고, 생각이 유연한 글로벌노마드가 기업으로선 꼭 필요하다. 글로벌노마드를 붙잡아 관록과 충성심을 갖춘 핵심 인력으로 키워내는 게 기업의 당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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