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줄무늬는 파리 차단용? 도시야말로 동식물 살기 좋은 곳?

    입력 : 2012.01.21 03:16

    인간과 생물 진화에 관한 51가지 물음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지음|박병화 옮김|이랑|304쪽|1만5000원

    '왜 우리는 꽃을 좋아하는가?' '왜 자연은 사랑을 만들었을까?' '왜 사람은 머리에만 털이 났을까?'…

    51개의 '왜?'를 통해 인간과 동식물의 진화, 자연의 변화까지 두루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독일의 진화생물학자. 저서 등을 통해 지구의 과거 온난화는 재앙이 아니라 다양한 종(種)을 출현시킨 배경이 됐다고 주장해 독일 내에서 환경주의자들과 논쟁도 벌인 인물이다. 동식물학과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해 진화론을 설명해 흥미를 더한다.

    저자는 "인류는 털이 없어지면서 지구를 제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른 동물, 특히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달리 인류는 머리 외에는 털이 없다. 대신 땀샘의 수는 털 많은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엄청난 냉각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냉각효과 덕에 인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달릴 수 있는 동물이 됐다. 또한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 전역으로 퍼져갈 수 있었다는 것. 피부색이 여러 가지로 진화한 것도 털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머리엔 왜 털이 자랄까? "우리 몸에 쌓인 유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사람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색을 구분하는 인류가 꽃의 선명한 색깔과 대칭형태에서 건강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호감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AP 뉴시스
    얼룩말의 줄무늬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얼룩말의 줄무늬는 사자 등 포식자로부터 보호해주지도 못한다. 건기(乾期)엔 오히려 눈에 잘 띈다. 그렇다면 줄무늬의 효용은 도대체 무엇일까? 저자는 체체파리로부터 보호해준다고 말한다. 체체파리는 눈의 구조상 큰 덩어리는 잘 파악하지만 줄무늬는 해체돼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영양이나 다른 초식동물과 달리 얼룩말은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 얼룩말은 빙하기 이후 아프리카로 들어왔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처럼 체체파리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줄무늬를 통해 체체파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도록 진화했다는 이야기다.

    눈을 돌려 현재의 생태계 이야기로 옮겨가면 논쟁적인 부분도 많다. 저자는 "자연을 어린아이처럼 돌봐야 한다"는 식의 생태학자들의 주장에 반대한다. 오히려 "도시의 종(種)은 늘고, 오히려 농촌의 종은 줄고 있다"고 경고한다. 도시화(都市化)가 자연을 파괴한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역설이지만 "따뜻하고 먹을 것이 많고, 집집마다 화초를 키우는 도시야말로 생물종이 서식하기에 더 좋은 곳이 되어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독일 베를린 등에 사는 여우는 자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역별로 생활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난 20년간 진행된 방식으로 열대우림이 계속 사라진다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기후변화 때문에 멸종되는 생물은 없을 것" "외래종이 포함되지 않은 '올바른 자연 상태'는 한 번도 없었다" 등의 도발적 주장을 이어간다. 생태계 파괴 위험성에 대해 다른 원인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낙관적인 저자가 유독 화학비료에서 대해서만큼은 노골적 증오를 보이는 점은 잘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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