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신발장엔 당신 신발… 10년 지나도 못 버리겠어요"

    입력 : 2012.01.21 03:16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와 이별한 딸… 9·11로 가족 잃은 67명 유족들의 하늘로 부치는 편지

    사랑하라, 더 뜨겁게 사랑하라
    튜즈데이 칠드런, 브라이언 커티스 지음 | 서윤정 옮김 | 지식의숲 | 320쪽 | 1만3800원

    "안녕, 랜디. 자네와 내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이 9월 11일 아침 8시 50분이었지. 자네는 내게 비행기가 무역센터 제1건물과 부딪쳤다는 소식을 들었느냐고 물었어. 그때 자네가 있던 공간에 공공 안내 시스템을 통해 울려퍼지는 방송이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네. '움직이지 말고 빌딩 안에 계시기 바랍니다. 빌딩 안은 안전할 것입니다' 내가 그쪽으로 간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자네에게 말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나네. 그 와중에도 자네는 아내 데니스가 일하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은 무사하다고 말하고 싶어했어. 랜디,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통화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2001년 9월 11일, 랜디 스콧은 노스타워 84층에서 유로통화 브로커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그의 나이 마흔여덟 살. 골프와 바이크 타기를 즐겼고 세 딸과 자주 놀아주던 자상한 아빠였다. 첫 번째 비행기가 충돌한 후 랜디는 매형 존 맥도너와 짧은 통화를 했다. 존의 사무실은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가까운 브로드웨이 150번지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비행기가 제2건물의 83층과 충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1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존은 하늘에 있는 처남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쓴다. "그날 약 2800명의 미국인이 자네처럼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고 하더군. 마흔여덟 한창의 나이에 자네는 아내와 여섯살, 여덟살, 열한살짜리 딸들을 두고 그렇게 멀리멀리 떠났지. 자네 아내와 딸들은 크나큰 슬픔과 고통을 겪었지만, 이제는 좀 나아진 것 같아. 아이들은 모두 뛰어난 미인이야. 미모만큼은 자네의 아내 데니스를 닮았지. 자네를 아는 모든 사람이 자네를 그리워하고 있네."

    9·11테러의 희생자 가족들이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를 엮은 책이다. 노스타워가 무너지던 순간에 건물에 뛰어들어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떠난 소방수의 아내, 엄마 뱃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딸, 사랑하는 남동생을 떠나보낸 누나….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힘겨운 시간을 보낸 67명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아빠가 억울하게 돌아가시던 그 해, 전 겨우 일곱 살이었어요. 그런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사람들은 우리가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났을 거라고 말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 우리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에요. 우리 곁을 떠난 아빠가 이제는 우리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느끼면서요" "당신의 스니커즈는 아직도 신발장에서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신발을 도저히 버릴 수는 없었어요" "우리 딸들이 자랑스러운 일을 할 때마다 옆에서 함께 지켜봐줄 당신이 없다는 생각에 자꾸만 목이 메어요"….

    담담해서 더 마음을 적시는 글들. 고통을 딛고 일어선 이들이 하늘에 띄운 편지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당연하게 누리는 것은 없다고. 동시에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삶의 매 순간에 감사하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더 뜨겁게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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