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종은 빼버리라니? 예외 속에 답이 있더라

    입력 : 2012.02.11 03:06

    긍정적 이탈

    제리 스터닌·모니크 스터닌·리처드 파스칼 지음
    박홍경 옮김|알에이치코리아 | 294쪽|1만3800원

    1980년대 후반 베트남 정부는 집단농장의 사유화를 단행하고 가구마다 농토를 나눠줬다. 하지만 사유화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의료 체계가 붕괴했고, 곡물 생산에도 막대한 혼란과 차질이 생겼다. 당시 다섯살 미만의 베트남 아동 가운데 65%가량이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영양학 교수인 제리 스터닌과 아내 모니크가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라는 구호단체의 책임자로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 이 무렵이었다. 하지만 "원조기구는 와서, 먹여놓고, 떠났다"는 말처럼, 수동적인 구호와 수혜에 그치는 기존의 원조 방식으로는 영양실조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었다. 더구나 베트남 정부는 미국계 비(非)정부기구(NGO)의 방문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당장 체류기간 6개월의 비자를 받아 들고, 아이들의 영양실조 비율이 지극히 높은 베트남 빈민 지역에 도착한 이들 부부는 현장에서 새로운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가운데 3분의 2가 영양실조라는 통계는 이들 부부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거꾸로 가난한데도 영양 상태가 좋은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극빈층 아이들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통해서 이들 부부는 몇 가지 차이를 찾아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에도 더러운 것을 만질 때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손을 씻게 했다. 작은 새우나 게 또는 고구마 싹을 식단에 첨가했으며, 위가 작아서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잦은 아이들을 위해서 하루에 많게는 4~5번까지 밥을 나누어 먹였다. 엄마의 작지만, 결정적 차이가 똑같은 식사량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영양실조에서 구해 낸 것이다.

    이들 부부는 베트남 아이들의 몸무게를 재고 영양 교육을 하면서 식생활의 변화를 유도했다. 결국 6개월 뒤에 245명의 아이가 영양실조에서 벗어났고, 100여명은 건강상태가 상당히 호전됐다. 이들 미국인 부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던 베트남 정부도 비자 연장에 흔쾌히 동의했다.

    저자들은 이런 실천적 사례를 통해서 '긍정적 이탈(positive deviance)'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창안한다. 사회에는 언제나 색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성공적인 예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똑같이 줄지어 가는 행렬에서 이탈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별종'인 것이다.

    아프리카 서부 내륙국인 니제르의 사막지대에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토종 나무를 심어서 30년 만에 사막을 녹지대로 바꿔냈다. 제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성장 지연증(遲延症)을 앓고 있는 볼리비아 고원지대의 어린이들은 식생활을 바꾸도록 해서 변화를 가져오는 등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008년 뉴욕타임스는 '긍정적 이탈'을 '올해의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으며, 이들의 홈페이지(positivedeviance.org)에도 매달 3000여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예외를 그저 별난 예외로만 치부하지 않고, 창조적 예외가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저자들의 시각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낙관적이다.

    세계 각국의 개별적인 사례를 다룬 현장 보고서들을 모아놓은 듯한 책의 헐거운 구성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찬성 대(對) 비판, 편입 대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만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을 통해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따뜻하면서도 건강하다. 이런 '긍정적 이탈'을 가로막는 장벽은 상명하달(上命下達)의 관료적 내부 구조에 있다는 저자들의 지적은 현재 우리 사회에도 무척 유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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