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으며 일본 건축과 만나다

    입력 : 2012.02.11 03:06

    자전거 건축 여행
    차현호 지음|아트북스|374쪽|1만5000원

    나이 마흔의 차현호씨가 30일간 혼자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대략 1600㎞를 자전거로 달렸다. 처자식 딸린 남자가 직장까지 때려치우고 감행한 선택이지만, 재취업이 비교적 손쉬운 건축가이기에 가능했겠다. 이 책은 '건축'을 주제로 쓴 자전거여행 에세이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줄무늬 셔츠에 삼각모자를 쓴 건물'(라무네 온센), 하늘과 콘크리트벽과 자갈만으로 '시간이 멈추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곳'을 이뤄낸 안도 다다오의 구마모토 현립 장식고분관, 역시 안도 다다오가 예술 섬 나오지마에 지은 '공간을 전시하는 땅속 미술관' 지중미술관 … 두 바퀴를 굴려가며 이동하는 그의 여정엔 세계적 건축가들의 고민과 의도가 녹아있는 건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독자를 환상 속 세계로 이끄는 절정은 I.M.페이의 미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만든 페이는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처럼 산속에 미술관을 배치했다. 구부러진 길과 작은 계곡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야 미술관이 나타난다. 자전거여행의 힘든 노동과 건축에 대한 인문학적 해설이 적절히 어울려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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