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이전의 하루키… 꽤 귀여웠네?

    입력 : 2012.07.27 03:10

    5권짜리 에세이 걸작선 출간, 젊은 시절의 글·삽화 신선

    "시나 소설을 잘 쓰는 재능과 에세이를 잘 쓰는 재능은 종류가 썩 다른 재능"이라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3)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에 대해 "맥주 공장에서 만드는 우롱차일 뿐"이라고 겸양한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집 맥주보다 우롱차가 더 맛있다는 독자가 꽤 많다는 점.

    문학동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김난주 번역)이 5권으로 출간됐다. 신간은 아니고 재출간이다. 대신 1980년대 30대의 하루키가 일곱 살 위의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함께 작업했던, '싱싱했던 시절'의 에세이와 삽화<사진>를 만날 수 있다. 모두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1987) 이전의 글. 문학동네 담당 편집자 양수현씨는 "정식 계약을 맺지 않고 해적판으로 유통되거나 발췌한 앤솔러지 형식으로 아쉬움을 주었던 기존 판본과 달리, 모든 내용과 삽화를 원서의 차례에 맞춰 싣고 컬러까지 재현했다"고 밝혔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는 무라카미와 안자이 콤비의 첫 작업 결과. 재즈와 록, 팝에서 영감받은 짧은 글과 감상적인 도시 생활의 에피소드다. '발렌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도쿄와 근교 생활에 대한 단상.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은 주간 아사히에 연재했던 에세이 50편 모음이다.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은 주로 공장 탐방기. 인체 표본 공장, 지우개 공장, 가발 공장 등 호기심만으로 골랐다는 공장 일곱 군데를 '습격'했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은 진중해진 시선으로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루키를 확인할 수 있다.

    하루키의 작업 방식은 헤밍웨이(1899~1961)보다 챈들러(1888~ 1959) 스타일. 그는 "전쟁이 터질 때마다 외국으로 뛰쳐나가고 아프리카의 산에 오르거나 카리브 해에서 청새치를 낚고는 그 일화를 소설 소재로 삼는 방식을 나는 기꺼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두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꼼짝 말고 있어라. 그러다 보면 뭐가 돼도 될 테니까"라며 챈들러를 사랑했다. 소박하고 당당한 하루키의 산문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