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짇고리 파는 할머니, 제 인생 좀 꿰매주세요"

    입력 : 2012.07.28 03:06

    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장편|웅진 지식하우스|367쪽|1만3000원

    전경린의 새 장편소설 '최소한의 사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반짇고리를 파는 할머니다. 이제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나 시장에서도 구하기 힘든 추억의 바느질 종합선물세트. 아파트에 장이 선 날 희수는 옹기와 도자기를 파는 매대 옆에서 반짇고리 할머니를 발견한다. 떨어진 단추를 다는 일뿐만 아니다. 낭패한 인생의 엇나간 자국들을 꿰매기 위해서라도 할머니는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작가는 "몇년 전 베를린에 갔을 때 장벽이 철거된 바닥에 꼭 커다란 바늘로 기운 바느질 자국 같은 선이 아프게 나 있었다"면서 "그 자국은 뇌리에 각인되어 집에 돌아와도 떠나지 않더니 어느 날 반짇고리 파는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내 주변을 배회했다"고 했다.

    소설은 몸이 있는 장소에 정신이 있지 않은 치매에 걸린 새엄마의 부탁으로 시작한다. 요양원에 들어간 첫날 내 팔뚝을 붙잡고 벌벌 떨며 말하는 것이다. "희수야, 유란이 좀 찾아다오. 집에, 장롱 아래 칸 서랍에 통장과 유란이 주소가 있어. 그 애를 찾아서 전해다오. 네가 직접. 부탁이야."

    새엄마에 대한 반감, 그녀가 데리고 들어왔던 소녀 유란을 유기(遺棄)한 과거, 그에 따른 죄의식과 책임감…. 수십년 동안 가족들은 유란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새엄마의 간절한 부탁에 뒤늦게 이복 여동생 유란을 찾아나서는 희수의 여정은 가는 곳마다 허탕이다. 장르적 기법을 적극 활용하며 전개하는 미스터리의 서사는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희수의 집에는 다시 단추를 달아야 하는 남편의 셔츠가 산처럼 쌓여 있다. 남편이 밖에서 만나는 여자가 조롱하듯 보내온 도전장이다. 한 번 떨어진 단추를 단단히 꿰매는 일이 쉽지 않듯 한 번 엇나간 인생도 마찬가지.

    전경린 특유의 정념의 서사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이 안에는 남녀 모두를 달뜨게 만들었던 열정의 서사는 없으니까. 하지만 작가는 젊은 날의 단순한 열정을 지나 인간 본연의 존엄을 성찰하며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묻는다. 당신이 꼭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랑은 무엇이냐고.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