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대신해 '생지옥'행… 그는 현해탄을 다시 건넌다

    입력 : 2012.09.22 03:19

    해협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정혜자 옮김
    나남|456쪽|1만3800원


    "아버지 대신 제가 가겠습니다."

    17세 하시근(河時根)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3년 가을, 경북 상주 두메산골 콩밭에서 일하던 시근은 폐병 걸린 아버지가 징용에 끌려가게 됐다는 한 마디에 면사무소로 달려가 아버지와 운명을 바꿨다. 트럭과 기차, 배, 트럭으로 이어지는 여정 끝에 도착한 곳은 규슈의 어느 탄광, 지옥이었다. 기숙사에 갇힌 채 하루 15시간씩 탄을 캐야 하는 중노동 가운데 일행이 가장 먼저 배운 일본말은 '생지옥' '안전' '점검' '도망쳐' '웅크리고 앉아' '엎드려' 같은 것이었다. 순간에 생사(生死)가 갈리는 현장의 급박함이 담긴 단어들. 그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하시근은 두 번 더 현해탄을 건넌다. 광복 후 일본인 연인과 함께, 그리고 40년 가까이 지난 후 기업가로 성공한 후 '어떤 목적'을 위해.

    1993년 일본 작가 하하키기 호세이가 발표한 소설(원제:세 번 건넌 해협)로 그해 대중문학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일본인 작가가 한국인 주인공의 시선에서 일제의 강제징용의 비참한 역사를 생생하게 묘사한 점이 놀랍다. 새삼 일제 강제징용 문제의 비참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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