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섯 살 미향이의 이름을 빼앗았나

    입력 : 2012.09.22 03:18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이학준 지음|쌤앤파커스|352쪽|1만5000원

    6살 여자아이 미향이는 태어날 때부터 무국적(無國籍)이었다. 엄마는 탈북자. 진짜 아빠는 엄마가 북한에서 사랑했던 남자, 옌지에서 함께 사는 아빠는 엄마가 팔려 시집온 중국인이었다. 미향이는 선천성 난청(難聽). 말도 행동도 늦됐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엄마는 탈북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미향이를 스위스에 입양시키기로 결심했다. 눈물의 이별을 거쳐 미향이는 중국→라오스→태국→한국을 거쳐 스위스에 입양됐다. 6살짜리에게는 '기구하다'는 단어의 무게가 너무 큰 삶, 미향이는 '애어른'이 돼버렸다. 지난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리려는 듯 스위스 공항에서 처음 만난 양부모 품에 뛰어들었다. 미향이는 이제 '조엔나 델러'가 됐다. 국적을 얻고 이름은 잃었다. 저자는 울먹이며 꼬마의 행복을 빌면서 돌아선다.

    조선일보가 기획해 BBC를 비롯한 세계 25개국에서 방영된 충격 다큐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제작한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15개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밀입국과 밀항을 거듭하며 직접 체험한 탈북자들의 스토리는 '사람답게 산다'는 게 뭔지 깊이 되묻게 한다. 때론 너무도 끔찍해 외면하고 싶지만, 지금도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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