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곱다, 딸이 모은 故 박완서 미발표 산문 38편

    입력 : 2012.09.22 03:18

    세상에 예쁜 것
    박완서 산문집|마음산책|288쪽|1만2800원

    어머니가 눈을 감은 뒤 딸은 원고를 읽으며 어머니의 젊은 날을 돌아봤다. 어머니는 '나는 왜 소설가인가'라는 자전적 질문을 던진 글에서 "치 떨리는 경험이 원경(遠景)으로 물러나면서 증오가 연민으로, 복수심이 참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가 세상을 떠난 후, 맏딸 호원숙씨는 책상 서랍에서 어떤 산문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글을 잘 정리해 모아놓은 묶음을 발견했다. 2000년 이후 쓴 글 중 38편을 추려 이 책으로 묶었다. 생전에 마지막 쓴 글과 독자와 나눈 대담, 강연 등 다양하다. 노련한 이야기 솜씨, 삶의 사소한 속내를 들추어내 그림처럼 포착하는 힘이 여전하다.

    친구를 병문안 갔다가 병실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기를 봤다(표제글 '세상에 예쁜 것'). 고통스럽던 병자의 얼굴에 잠시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병자의 시선이 멈춘 곳은 잠든 아기의 발바닥. 포대기 끝으로 나온 열 발가락이 "세상에 예쁜 것"하고 탄성이 나올 만큼 예뻤다.

    작가는 "자신의 뿌리 근처에서 몽실몽실 돋는 새싹을 볼 수 있다면 고목나무는 쓰러지면서도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노래했다. 마흔에 등단해 팔순까지 작가로 살았던 그녀.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에서 위로와 희망 섞인 향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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