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로 우주여행 하는 날 와도 마음만은 '원시인'

    입력 : 2012.10.06 02:37

    최첨단 과학 토대로 미래사회 청사진 그려
    "직접 접촉 선호하는 인간 본성은 그대로… 예술·창조적 직종은 로봇이 대체 못할 것"

    미래의 물리학
    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김영사|616쪽|2만5000원

    미래를 말한 책은 널렸다. 이 책의 차별성은 '영화 같은 상상력의 부산물이 아니라 현재 실험 중인 기술에 초점을 맞춘 과학서'라는 데 있다. 저자도 '픽션'과는 거리가 먼 양자물리학의 대가(뉴욕시립대 교수)다. 300명 이상의 정상급 학자들을 만나고 최첨단 과학의 현장을 돌아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컴퓨터·인공지능·의학·나노기술·에너지·우주여행·부와 인간의 미래 등 8개 분야에 걸쳐 세밀하게 조망했다. 그래도 영화 같다. 컴퓨터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주변 환경을 컨트롤한다. 줄기세포로 노화 장기를 교체하고 손상된 유전자도 치료한다. 수명은 150세까지 길어지고, 세포수리에 가속이 붙으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도 가능해진다. 세탁기만 한 만능복제기로 모든 물건을 똑같이 재생한다. 탄소나노튜브로 제작된 우주엘리베이터를 통한 우주여행…. 장밋빛 미래를 그냥 그리고 마는 게 아니라 기본 원리와 현재 와 있는 수준까지 알기 쉽게 소개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래 과학도 어쩔 수 없는 부분. 인간의 기질과 욕망은 거의 그대로다. 저자는 '동굴거주자의 원리(Cave Man Principle)'라 부른다. 100년이 지나도 공연장은 건재할 것이다. 인간은 전해듣는 것보다 물리적 체험을 선호하기 때문. 첨단 기술(High Tech)은 '직접 접촉(High Touch)'을 이길 수 없다.

    미래 직업에 대해선 예술가·작가·배우·프로그래머·지도자처럼 창조성이나 예술적 재능, 지도력, 분석력 등에 기반한 직종이 살아남는다고 전망한다. 형태 인식과 종합 상식에 관한 한 로봇은 인간을 능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치오 가쿠 교수] "인간 유전자 개량 눈 앞에… 윤리적 판단력과 교육 중요"

    미치오 가쿠(65·사진)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신체와 정신까지 맘대로 성형할 수 있는 미래 사회에서 도덕적 판단력과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 기술도 인간 본성에 질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인류의 기본 성향은 10만년간 안 변했다. 종이 없는 사무실(문서 작성·결제의 디지털화), 사람 없는 도시(원격통신을 통한 업무처리) 등의 미래 예측이 빗나간 것도 인간이 접촉과 직접 대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성상 동료나 이성 앞에서 잘나 보이고 싶어한다. 우리는 미래에 원시인의 마음을 가졌으면서 핵무기와 생명공학의 세균으로 무장한 상태가 될 것이다.”

    ―인간 복제나 유전자 개량이 초래할 위험성은.

    “인간 복제가 상업화된다고 해도 실제 자기 복제를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유전공학을 통한 능력 증강을 어디까지 추구할 것인가이다. 아이를 똑똑하게 하는 유전자가 발견됐을 때 일부 국가가 금지하더라도 부모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라도 시술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유전적 운명을 얼마나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민주적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과학은 양날의 검이다. 활발한 민주적 논쟁을 통해 이 칼을 사용할 지혜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적 토론의 열쇠는 교육이다. 과학의 혁명적 힘에 관한 책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은 한국에서도 논란거리다. 원자력을 두고도 찬반이 맞선다.

    “원자력은 파우스트적인 거래다. 무한한 힘을 약속하지만 대가가 따른다. 후쿠시마처럼 지진이 잦은 지역에서는 나쁜 선택이다. 다음 10년간 석유에서 우리를 구해줄 백기사는 없다. 당분간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가 경쟁하는 혼용과 혼돈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다. 태양력과 재생에너지가 지금은 화석연료보다 비싸지만 약 10년 후 비용 곡선이 교차하게 된다. 2030년쯤 되면 깨끗하고 유해 폐기물을 양산하지 않는 핵융합에너지가 세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intelligent)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를 말했다.

    “상품 자본주의, 특히 농업에만 의존하는 나라는 미래에 가난한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 식품은 평균적으로 매년 싸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100년 전 영국 왕도 누리지 못했던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다. 상품 자본주의는 매년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지적 자본주의는 희소성이 높아진다. 두뇌는 양산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장차 상품 자본주의와 지적 자본주의가 균형을 이루는 나라가 부국이 될 것이다. 과학이 국가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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