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작품 중 회화는 몇 점?

    입력 : 2012.10.06 02:39 | 수정 : 2012.10.07 14:27

    착각을 부르는 미술관
    셀린 들라보 지음|김성희 옮김|시그마북스|192쪽|2만5000원

    요약하자면, 이 책은 서양의 '솔거(率居)'들에 대한 얘기다. 소나무 그림을 그렸더니 진짜인 줄 알고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고 했다는 신라시대 화가 말이다.

    '장인(匠人)' 취급을 받던 화가들이 막 '예술가'로 도약하던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회화란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위신을 세우려고 했다. 그들은 착시 효과를 이용, 실물로 깜빡 속아 넘어갈 법한 '눈속임 그림(트롱프뢰유·trompe-l'oeil)'을 그리기 시작했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선구자인 네덜란드의 얀 반 에이크는 종교화를 그릴 때 농담(濃淡)과 명암으로 조각 같은 입체감을 내는 그리자유(grisaille) 기법을 즐겨 이용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에 소장된 그의 '수태고지(受胎告知)'는 벽감(壁龕)에 안치된 석상(石像)처럼 입체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인물뿐 아니라 벽감까지 모두 '그림'이다.

    회화가 새로움을 추구하던 17세기 바로크 시대, 유럽에서 '눈속임 그림'은 엄연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사실주의가 유행하고, 사진이 등장하면서 그림이 현실을 재현할 필요가 없게 되자 '눈속임 그림'엔 '피상적 유희'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19세기 카탈루냐 화가 델카소는 겁에 질려 액자에서 탈출하려는 소년을 눈속임 기법으로 그렸다. 비평에 질려 도망가고자 하는 화가들의 심정을 표현한 이 작품은 이후 '눈속임 그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미술 논문·화가 연구자인 저자는 현대의 극사실주의 회화도 '눈속임 그림'의 일종이라는 관점 아래 '눈속임 그림'의 역사를 짚어간다. 벽에 고급 목재나 대리석을 그려 비싼 재료로 집을 지은 것처럼 보이도록 한 폼페이 건축물부터, 사진의 재현 방식을 그림에 활용한 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까지 실재와 재현을 넘나드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도판이 큼직하고 작품 설명이 짤막해 상식 쌓기 수준에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

    이 책과 함께 같은 저자의 '세상에는 없는 미술관'도 출간됐다. 미술품의 독창성과 영구성의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책. 유명한 대리석 조각 '원반을 들고 있는 사람'은 사실 그리스시대 청동 조각을 로마시대에 복제한 것. 원본은 후대 사람들이 녹여서 무기·식기 등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현전(現傳)하지 않는다. 저자는 "현대의 우리가 고대 미술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모작 덕분"이라면서 '모조품=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린다. 이 밖에 3년간 준비해 섬 11개를 분홍색 천으로 쌌다가 3개월 만에 철거한 크리스토·잔 클로드 부부의 '둘러싸인 섬들', 2001년 탈레반의 포격으로 훼손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석불 등이 소개됐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