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는 김 대리나 유능한 유 대리나

    입력 : 2012.10.06 02:39

    당분간 인간
    서유미 소설집|창비|244쪽|1만2000원

    상상 이상의 폭설이다. 이틀 연속 출근 못한 김 대리에게 과장은 전화로 혀를 찬다. 삽질을 해서라도 오라고. 결근한 사람은 당신과 유 대리밖에 없다고. "사람들이 어떻게 제시간에 출근했을까 생각을 좀 해봐. 이틀 동안 개인적으로 판 다음에 가까이 사는 동료들끼리 만나서 같이 뚫고 온 거 아냐. 그게 사회생활이고 회사생활이잖아."

    서유미가 창조한 인물들은 필사적이다. 사회와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구석으로 밀려나는 존재들. 김새는 김 대리와 박 터지는 박 대리에 구박받는 구 대리까지. 심지어 유능한 유 대리조차도 숨이 멎을 때까지 눈을 파헤쳐야 했던 것이다.

    문학수첩 작가상, 창비 장편소설상을 같은 해(2007)에 받고 데뷔했던 작가 서유미(37)의 첫 단편집. 소설가는 인간 연구가라는 문학적 정의가 있는데, 작가의 캐릭터 연구가 흥미롭다. 에스테틱 마사지사로 취업해 감정과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K는 푹 자고 편히 쉴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노래하고, 늘 푹 자고 편히 쉬는 백수 L은 오로지 취업만이 꿈이다. 저임금 직장인이 꿈꾸는 게 결국은 백수의 삶이라는 이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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