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식업의 대가 비장의 메뉴는 '말걸기'

    입력 : 2012.10.06 02:38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 지음| 김문정 옮김| 샘앤파커스| 264쪽| 1만4000원

    제목부터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술장사의 신(神)'이라는 홍보문구까지 요란뻑적지근하다. 5평짜리 이자카야(선술집)에서 출발해 여러 점포로 덩치를 키우며 직원 100여 명을 독립시킨 우노 다카시(68)가 들려주는 이 성공 스토리는 사실 소박하다. 바둑에 빗대면 정석을 섬기는 이론 바둑이 아니라 실전적인 잡초 바둑이다. 하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무릎을 탁 치면서 이 할아버지를 우러러보게 하는 지혜를 만난다.

    이자카야들의 전쟁에서 우노 다카시는 어떻게 승리했을까. 가게의 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밑천은 박했고 식재료며 요리도 평범했다. 비장의 무기는 바로 '말걸기'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손님이 즐거워할까'를 늘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손님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했고, 이야기하며 관계를 맺었고, '단골이 새 단골을 창출한다'는 다단계(?)를 신봉했다. "손님이 들어오는데 멀뚱히 있거나 '어서 오세요'라고 건조하게 인사하는 가게는 성공할 수 없다"고 그는 역설한다.

    말재주가 없다고 접객을 못하는 게 아니다. 1000원짜리 빨래 건조대에 커다란 포크를 매달아 조명을 만들었더니 손님이 먼저 말을 붙였다. 요리 이름을 독특하게 지으면 누구든 "이게 뭐예요?" 물어올 것이다. 닭 날개 튀김을 주문한 손님에겐 "오른쪽 날개로 드릴까요, 아니면 왼쪽?" 하며 씩 웃어준다. 이런 이야기가 돈을 지불하는 자와 챙기는 자 사이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가게는 활기를 띤다.

    동업은 하지 않는다. 둘이 10평짜리 가게를 낼 계획이라면 5평짜리 가게를 따로 개업하는 게 낫다. 운영부터 빚까지 혼자 책임진다는 부담이 없으면 전투력이 쌓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 "메뉴에는 그때그때 유행을 반영할 수 있지만 가게 전체를 걸고 유행을 좇아선 안 된다"는 대목을 읽을 때, 불붙었다 식어버린 찜닭집과 조개구이집이 떠오른다.

    이 장사꾼은 친절한 팁도 일러준다. 손님 이름을 물을 땐 친해진 기념으로 간단한 서비스 안주를 낼 것, 할인 전단 돌리지 말고 단골에게 집중할 것, 식자재며 술 거래처와도 인간관계를 만들 것, 확실한 대표 메뉴를 만들 것…. 일본 외식시장 전문 잡지 '닛케이 레스토랑'에 연재한 '우노 다카시가 알려주는 작은 가게 잘 되는 법'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확대 해석은 금물. '변두리의 작은 선술집이 살아남는 법'쯤으로 읽으면 요긴하다. 다만 손님과의 이야기와 리듬이 장사의 핵심이라는 말은 보편타당한 진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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