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컨세서스는 싸구려" 中 지식인이 본 중국의 민낯

    입력 : 2012.10.20 03:07

    독재의 유혹

    쉬즈위안 지음|김영문 옮김
    글항아리|392쪽|1만8000원

    '중국은 해외의 선진 사례를 배우기 위해 열었던 대문을 걸어 잠그고 거만한 목소리로 다른 나라를 꾸짖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경제가 발전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목숨을 걸고 국유 기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사상과 개인의 창조력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미국에서 출간된 '중국 때리기' 책이 아닐까 싶을 만큼 중국 현실 비판이 혹독하다. 저자는 베이징에서 인문학 서점을 경영하면서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과 중국판 '파이낸셜 타임스'에 칼럼을 쓰는 쉬즈위안(許知遠·36)이다.

    그가 써낸 평론은 중국의 정치민주화부터 민주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작가 류샤오보(劉曉波)·위제(余杰), 인권 변호사 쉬즈융(許志永) 등 비판적 지식인에 대한 공감과 이들을 매도하는 정부와 관변 지식인에 대한 비판까지 거침없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중국 모델'을 찬양하는 서구 지식인들도 쉬즈위안의 비판 대상이다.

    그의 비판 1호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Naisbitt). 중국의 정치제도는 독재가 아니라 '수직식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나이스비트에 대해 '중국 정부의 선전 문건을 베낀 것 같다'고 비판한다.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개념으로 중국식 발전모델을 합리화한 조슈아 라모(Ramo)에 대해서도 '시류에 편승한 창작'으로 몰아붙인다. 무력한 미국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중국의 일당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글을 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에 대해서도 중국 현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비판한다. 프리드먼은 "일당독재는 물론 약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처럼 이성적이고 개명한 사람들에 의해 나라가 운영된다면 그런 제도도 아주 커다란 강점을 갖게 된다"고 썼다.

    쉬즈위안은 '중국은 정말 다르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또 다른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에겐 중국인을 질책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서구의 낙관론자들에게 칼침을 놓는다. '폭력에 대한 숭배, 강 건너의 불을 구경하는 즐거움, 싸구려 오리엔탈리즘이 이 중국 숭배자들의 마음속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쉬즈위안은 중국 안팎에 비판적 작가로 널리 알려진 왕멍(王蒙)을 작심하고 물어뜯는다. 일단 왕멍이 했다는 말을 폭로한다. "류샤오보는 우담바라처럼 금세 무대에서 사라져버릴 인물이다." 이어 저자는 '왕멍은 문화부장관에서 밀려났지만, 류샤오보는 여전히 무대 중앙에 있다'며 왕멍의 '판단착오'를 꼬집는다.

    쑹훙빙의 '화폐전쟁'과 량셴핑 홍콩 중문대교수의 '중국에서의 신제국주의' 같은 책처럼, 중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들을 '제국주의의 음모'로 몰아가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이런 책들이 중국 내부의 불안을 쉽게 분노, 복수, 공격적 성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쉬즈위안의 책은 2010년 대만에서 출판됐다. 정치·사회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해도 국외에서 출판하는 정도는 허용할 만큼 중국 정부의 통제가 유연해진 덕분이다. 중국 안에 이런 시각을 가진 필자가 있었나 싶을 만큼, 비판정신과 품격을 갖춘 평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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