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시대 마취할 땐 환자의 목을 졸랐다

    입력 : 2012.10.20 03:06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존 퀘이조 지음|황상익 등 옮김|메디치미디어|376쪽|1만6500원

    1811년 9월 30일 영국의 여성 소설가 프랜시스 버니(1752~ 1840)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오른쪽 유방에 생긴 종양을 잘라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4시간 동안 또렷한 의식 상태로 의사들이 자신의 정맥과 동맥, 살점, 신경을 잘라내는 고통을 느꼈다. 그녀가 남긴 편지에는 수술칼이 갈비뼈에 달려들어 샅샅이 긁어내는 끔찍한 광경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마취가 발견되기 전 풍경이다.

    미국의 의학·과학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인류가 지금의 의료 수준을 누리기 위해 뛰어넘어야 했던 10가지 도약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에서 출발해 공중위생, 세균, 마취, 엑스선, 백신, 항생제, DNA, 정신질환 치료제, 통합의학 등에 이른다.

    역사책이나 위인전에서 읽었을 법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그런 상식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대한 발견이 있기까지의 치열한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는 탐험가이자 미치광이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통념에 도전하면서 의문을 풀려고 달려들었다.

    영국 의사 존 스노(1813~1858)는 콜레라가 발병하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묻고 또 물어 환자들이 같은 우물물을 먹고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스트리아 의사 젬멜바이스(1818~1865)는 산모가 병원에서 아기를 낳다가 죽어가는 산욕열이 사실은 의사들의 오염된 손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자기네 병원 의사들의 행태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하지만 영웅이 반드시 환호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스노와 젬멜바이스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사람들은 심각한 질병은 나쁜 공기나 기운을 뜻하는 ‘미아즈마(miasma)’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노와 젬멜바이스의 연구는 놀림거리 취급당했다. 결국 젬멜바이스는 자신의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싸우다 정신병원에 갇혀 사망했다. 그 밖에도 고대엔 수술을 앞둔 의사들이 환자의 머리에 나무상자를 씌우고 망치로 내리치거나 목을 살짝 졸라 기절시키는 방식으로 마취를 했다는 얘기처럼 이야깃거리도 많다.

    ‘다 아는 얘기 아닌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도 쏠쏠한 재미에 책장이 자꾸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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