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여성… IQ가 높기 때문?

    입력 : 2012.10.20 03:06

    헛똑똑이는 왜 생길까 - 짝짓기·대인관계는 '본능적 상식'이 해결
    새로운 가치 선호 - 채식주의·동성애자, IQ 높은 사람 많아

    지능의 사생활

    가나자와 사토 지음|김영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316쪽|1만5000원

    "당신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건 뭐죠?"

    1999년 크리스마스 날, CNN 간판 토크쇼인 '래리 킹 라이브 위켄드'였다. 이날 초대 손님은 스티븐 호킹 박사다. 멜빵끈의 사회자는 예의 당돌한 질문을 던졌다. 이 세기의 천재도 쩔쩔매는 게 있겠지.

    "여자들이요."

    뜻밖이었다. 우주의 기원과 운명을 논하는 그에게 최대 난제가 이성(異性)이라니. 저자는 '짝짓기 같은 삶의 영역에서는 고졸(高卒)인 래리 킹보다 나을 게 없음을 보여준다'고 쓴다. 참고로 넉살 좋은 래리 킹은 그때까지 7번 결혼하고 다섯 아이를 뒀다. 주변에도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 연애에는 숙맥인 아들(혹은 딸), 머리는 끝내주는데 대인 관계, 사회생활이 서툰 사람…. 이른바 '헛똑똑이' 현상.

    여기 진화심리학자가 답한다. 지능이란 것도 인류의 오랜 진화 과정에서 특정 필요에 의해 생겨난 심리 기제의 하나일 뿐,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능력은 그 밖의 영역에서 나온다. 나아가 저자는 지능의 높낮이에 따라 입맛과 취미, 성적(性的) 취향과 정치 성향까지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추억

    성경 말씀이 '태초에 하나님이'로 시작하듯, 요즘 진화론은 '우리 선조가 아프리카 사바나를 누빌 때'로 말문을 연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 인간 심리의 인프라는 약 160만 년 전~1만 년 전 아프리카 초원에서 오랫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중에 구축됐다고 말한다. 당시 삶의 조건이란 단조로웠다. 그때 자리 잡은 심리 구조는 지금도 관성처럼 작동한다. 여기서 저자는 '사바나 원칙'을 끌어낸다. "우리 뇌는 옛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서 익숙했던 것들은 '자연스럽게' 느끼는 반면, 과거에는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지능 vs 상식의 힘

    뇌에 축적돼온 심리 기제 중에서도 지능의 유래는 각별했다. 일반 지능이란 '연역 또는 귀납을 통해 판단을 내리고, 추상적으로 생각하며, 유추하고 정보를 통합해 새로운 영역에 적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흔히 IQ로 수치화되는 사고 능력. 이러한 지능은 대개 안정기보다는 새로운 상황이 나타날 때 발휘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가령 불이나 홍수. 돌발변수에 대처하려면 보다 복잡한 사고와 추론 능력이 요구됐다. 결국 지능이란 오랜 진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낯선 것과 새로운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 2007년 6월 서울 덕수궁 앞에서 비키니 차림의 PETA(페타) 회원들이 채식주의를 주장하며 누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채식주의자의 지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1만 년 전, 반전이 일어난다. 농경과 더불어 문명생활이 시작되면서 변화와 새로운 문제의 발생이 일상이 됐다. 과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도움이 됐던 지능은 갈수록 중요성이 커져갔다. 그렇지만 '잘나가는' 지능도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닌 곳에선 지금도 어쩔 수 없다. 짝짓기와 양육, 사회생활, 대인 관계…. 인류의 익숙한 고민 앞에서 지능은 무기력하다.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것은 오히려 '상식'. 영국 버킹엄대의 브루스 찰턴 교수는 일반 지능 이외의 인간 본능을 상식이라 부른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이런 상식이 부족하거나 종종 무시한다. '똑똑한 바보'란 말은 여기서 비롯한다.

    지능의 이율배반

    저자는 나아가 IQ로 각종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설명한다. 열쇠가 되는 명제는 '지능이 높을수록 진화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선호와 가치관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가능하면 생물학적 설계를 거슬러 뇌의 진화적 제약과 한계를 벗어나려 하기 때문. 동성애가 대표적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이 진보 성향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진보'를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복지에 관심을 갖는 정치 성향'이라 했을 때, 이것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본래 인간이 자기 종족 중심적으로 설계됐음을 감안하면 '낯선 사람에게까지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분명 '신종'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보수주의가 보다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채식주의도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영국 통계에 따르면 42세에 채식주의자라고 답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 IQ가 109.1로, 육식을 하는 사람들(100.9)보다 상당히 높았다. 우리 조상이 동물 단백질과 지방을 우선적으로 섭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도 지능의 역설이다. 독신주의자와 동성애자, 술과 담배를 즐기는 것도 IQ가 높은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한다.

    IQ의 역설은 결혼 문제에서 절정에 이른다. 오늘날 지능이 높은 사람(특히 여성)일수록 결혼과 양육을 꺼리거나 늦춘다는 것. 두뇌의 '최신' 기제인 지능이 정작 진화의 본래 목표인 번식에는 역행하고 있는 아이러니.

    누구나 저울질해 볼 IQ 문제를 가지고 진화심리학의 여러 가설을 풀어 보이는 저자의 솜씨가 돋보인다. 진화생물학과 뇌과학의 접점에서 탄생한 학문이 20년 만에 학계의 총아로 떠오른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읽는 내내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수긍과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7대 3 정도로 교차한다. 원제 'The Intelligence 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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