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와 자고, 전갈과 함께 눈 뜨고

    입력 : 2012.10.20 03:06

    정글 서베이어
    한동천 지음|21세기북스|304쪽 |1만5000원

    "갑자기 눈앞에 절벽이 나타나 시야가 꽉 막혀 버렸다. 급히 핸들을 꺾었더니 이번에는 낭떠러지가 코앞에 있는 것이었다. '아이고, 죽었구나' 생각하자마자 순식간에 차는 그대로 낭떠러지로 구르기 시작했다."(196쪽)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남자는 죽창과 도끼로 무장한 전사들에 쫓기고, 꿀벌 50여 마리의 공격을 피해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가시덩굴에 맞아 온 얼굴이 가시로 뒤덮이고, 타고 가던 배가 뒤집혀 급류에 휘말리기도 한다. 주인공은 나무를 찾아 정글로 떠난 이 시대 마지막 나무꾼. 산림 서베이어(목재로 쓸만한 나무를 찾는 사람)로 1978년부터 4년간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의 원시 정글을 누빈 기록이다.

    초보 서베이어가 정글 베테랑이 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독사와 함께 텐트에서 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면 신발 속에 전갈이 들어있지 않나 확인했던 일화, 멧돼지·사슴·노루 사냥기, 섬에 거주하는 종족들의 전쟁…. 이제는 한국 사람이 현지에 직접 조사하러 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 그야말로 '서베이어의 추억'으로 남은 일화들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차츰 하향화되는 산림 개발 사업에 대한 안타까움, 우리나라 산업화에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담겨있다. '2012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 대상 수상작. 색다른 소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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