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 기 사' 베스트셀러 된 건 표지 덕분

    입력 : 2012.10.20 03:06

    좌충우돌 펭귄의 북 디자인 이야기
    폴 버클리 엮음|박중서 옮김|미메시스|376쪽|2만4000원

    자그마한 문고판 책 한 권에서도 '영역 다툼'이 벌어진다. '분쟁 지대'는 책의 표지. '표지만은 내 관할'이라고 생각하는 북 디자이너와, '표지도 내 작품의 일부'라 여기는 저자는 표지 디자인을 놓고 싸우고, 돌아서고, 타협하고, 화해한다. 1935년 설립된 영국 출판사 '펭귄' 미국지사 아트디렉터가 엮은 이 책은 그 '분쟁'에 대한 기록이다.

    전미(全美) 여성들이 다 읽었다는 베스트셀러 'Eat, Pray, Love(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표지는 디자이너와 저자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책. 원고를 읽은 디자이너는 단숨에 책과 사랑에 빠졌고, 고심 끝에 파스타로 'eat'를, 묵주로 'pray'를, 생화로 'love'를 표현했다. 특히 힘들었던 건 'love'. 꽃잎을 일일이 족집게로 집어 배열했는데, 촬영을 거듭하는 새 꽃이 다 시들어버려 몇 번이고 같은 일을 되풀이해야만 했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게 독자와 저자의 반응은 폭발적. 많은 독자가 "표지가 좋아서 책을 샀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해 놓았다"고 했을뿐더러 저자 역시 "책 표지 덕에 잘 팔렸다"고 인정했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폴 오스터 시리즈도 저자가 호감을 표한 디자인. 오스터는 이를 "현대 디자인의 걸작품"이라 평했다.

    위 사진은 파스타·묵주·생화로 단어 형태를 만든 엘리자베스 길버트의‘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표지, 아래 사진은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시각적 효과를 거둔 폴 오스터의‘달의 궁전’표지. /미메시스 제공
    반면 뉴욕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시골뜨기의 욕망을 그린 게리슨 케일러의 '나를 사랑해 주세요'는 디자이너와 저자의 생각이 어긋난 대표적인 사례. 디자이너는 마천루 드로잉을 표지에 적용했지만 케일러는 "어린아이의 서투른 그림 같아 내용을 암시하지 못한다"며 혹평했다. 디자이너가 원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고군분투한 경우도 있다. 표지를 만화처럼 디자인한 그래픽 클래식 시리즈의 '작은 아씨들'이 그렇다. '작은 아씨들'은 그 근간에 흐르는 검박한 미국식 청교도주의 덕에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이지만 프랑스계 캐나다인 디자이너는 "그 노골적인 청교도주의가 지루하고 짜증 나서 톡톡 튀는 밝은 분위기로 표지를 만들어보라는 출판사의 주문이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놓는다.

    예시로 나온 100여권 중 국내 번역되지 않은 것이 70%가량. 그래서 다소 낯설긴 하지만 책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책의 물성(物性)까지 소중히 여기는 애서가(愛書家)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2010년 펭귄북스 창립 75주년 기념판으로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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