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면 自我를 찾아라? 아니, 버려라

    입력 : 2012.11.10 03:07

    3·11 대지진 이후 삶의 의미 잃은 일본…
    재일 한국인 저자가 옛 학자·작가들에 인생의 답을 묻다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지음|송태욱 옮김
    사계절|201쪽|1만1500원

    제목부터 비장하다. 슬픔이나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려는 다짐도 전해진다.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4년 전 펴낸 '고민의 힘'보다 심각해진 어조로 이 책을 시작한다.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몰고 온) 3·11 이후 '거대한 단층'이 출현했습니다. 세계에 대한 신뢰, 인생의 의미가 붕괴한 것입니다."

    저자는 일본 열도 전역에서 대지의 흔들림을 느낀다. 지진, 방사능, 금융 파탄, 실업, 테러…. 당장 1년 뒤에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비상사태다. 일본에서는 한 해 3만여 명이 고독사(孤獨死)한다. 전후(戰後) 경제 성공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기술력과 문화를 일궜다는 자긍심이 넘치던 과거의 일본이 아니다.

    이 책은 행복이 무엇이고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캐묻는다.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 사회학자 막스 베버,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에게서 답을 찾는데 특히 100년 전 소세키의 이야기를 뼈대 삼아 살을 붙여 나간다. 종교로부터 분리되면서 자유로운 개인이 탄생했고, 자의식의 과잉이 고뇌를 낳았고, 해결책은 '자기 찾기'가 아니라 '자기 잊기'라는 것이다.

    소세키는 창작 메모인 '단편'에 이렇게 적었다. "자기를 잊는 것보다 마음 편한 것이 없고 무아지경보다 기쁜 것이 없다. 예술 작품이 소중한 것은 황홀하여 자타(自他)의 구별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기를 찾으라'고 외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강상중 교수는“지금까지의 삶의 방식, 가치관, 행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라고 말했다. /사계절 제공

    강상중은 "불안의 냄새를 풍기며 광고와 상품으로 '자기를 찾으라'고 부추기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라면서 "'진짜 찾기'는 근대적인 자아의 덕성이긴 하지만 때로는 극단적인 민족주의나 신경증적 병을 만들기도 한다"고 썼다.

    재일 한국인 중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그는 몇 해 전 병을 앓던 아들을 잃는 슬픔을 겪었다. "우리 인생은 여러 물음에 응답해 가는 것이고, 행복은 다 답했을 때의 결과에 지나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한다. 노력해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허무주의는 아니다. 강상중은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는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자"고 말한다. 두려워할 필요도, 기죽을 필요도 없다고.

    [강상중 교수 일문일답]

    "죽더라도 폐 끼치지 말라… 이것이 현재 일본의 공기, 한국 사회는 지금 어떤가"

    ―어떤 독자를 생각하면서 쓴 책인가.

    "'왜 이리 무능하고 불행한가’ ‘살 만한 가치가 없는 거 아닌가'라며 좌절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실제 자살자의 열 배는 될 것이다. 또 각자 가족과 친구가 열 명쯤 될 테니 우리 가까이에 그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안이한 낙관론의 처방은 범죄적'이라고 표현했다.

    "외환 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의 한 중산층으로부터 '이것은 부드러운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경제 위기가 일상적으로 도래하는 시대를 사는 것이다. 만성적인 불안이다. 미래는 밝지 않지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한국 사회를 향해 던지는 말이 있다면.

    "지금 일본의 공기에는 '살든 죽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죽더라도 폐는 끼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가 만연해 있다. 한국 사회는 가족, 친족의 사랑, 사람들 사이의 정이 강하고 연장자를 공경한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한국이 지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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