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2% 부족한 당신… 저희가 뒤집어드리죠"

    입력 : 2012.11.10 03:08

    수학·통계학 동원해 유권자 심리 파고드는 미국의 '선거공학'

    빅토리랩

    사샤 아이젠버그 지음|이은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452쪽|1만5000원

    엊그제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와 개표결과를 보면서 또 다른 주판알을 튕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실험실(이 책의 원제 The Victory Lab)' 사람들. 정치학과 행동심리학, 통계학, 경영학, 여론조사, 데이터분석 등으로 무장한 이들에겐 정책, 이념, 가치 등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2%'. 이들은 51:49의 박빙 상황에 투입된다. 지지자를 투표소로 끌어와 득표율을 2~3% 끌어올려 결과를 뒤집거나 굳히는 것이 이들의 역할.

    2008년 가을 오하이오주 애크런 시의 시내버스 천장에 등장한 오바마 광고판은 오바마 캠프 회심의 역작. 편도 40분짜리 이 버스 노선을 이용하는 유권자들은 "먼저 투표하라"며 활짝 웃는 오바마를 매일 출퇴근길에 만났다. 미국 유권자 1억명의 데이터를 확보한 오바마 캠프는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 거주지 지도와 버스노선도를 겹쳐본 후 퇴물 취급받던 버스 광고를 결정했던 것.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덴버 등 전략지역으로 확대된 버스 광고는 지역이나 집단이 아니라 유권자 개인 맞춤형인 '마이크로타기팅(microtargeting)'이 미국 선거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링컨, 케네디도 선거공학의 선구자들. 링컨은 1840년 일리노이주의 카운티를 여러 개의 지구, 소위원회로 나누고 각 지구별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함으로써 선거공학의 새 장을 열었다. 1960년 케네디 캠프는 미국의 전체 유권자를 480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모델을 만들어 자신의 종교(가톨릭)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활용했다.

    책에 따르면 선거캠프는 거대한 기업. 목표는 '단 하루의 시장점유율'. 후보자는 CEO, 모든 자본은 선거일 당일까지 모두 투하해 다음 날이면 통장 잔고가 거의 '0'에 이르도록 소진해야 한다. "성공하려면 화가의 눈, 시인의 언어, 수학자의 명쾌한 등식이 있어야 하는"(75쪽) 작업이다. 문제는 투자의 적정성. 집토끼는 놔두고, 산토끼를 많이 잡아야 한다. 그것도 산토끼가 자신이 잡히는 줄도 의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묘한 기술이 필수다.

    책에서 보듯 연간 5억달러에 이른다는 미국 선거시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모르는 사이 그들의 심리를 조종하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이크로타기팅이 주목받으면서 미국 선거운동의 기본이었던 TV광고의 중요성은 떨어지는 대신 직접 방문과 편지발송 같은 잊혀진 기법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편지지 색깔, 문구 하나까지 치밀한 실험을 거쳐 유권자를 유혹하고 있다는 점을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미국의 정치칼럼니스트가 철저히 미국 상황에 맞춰 쓴 책. 그러나 선거가 '이미지' '세몰이'가 아니라, 이제는 '수학' '과학'의 영역으로 다뤄야 할 대상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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