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ALK] 책으로 본 2012 대선은 '중구난방'

    입력 : 2012.11.09 23:30

    대중 심리 자극한 쪽이 선거마다 권력 잡아
    2002년은 인간미·따뜻함 2007년엔 성공과 발전

    대통령 선거는 5년간 농축한 불만과 욕구를 단박에 분출하는 기회다. 더 큰 집단 심리를 자극한 쪽이 권력을 잡는다. 10년 전, 5년 전 대선 때 '집단 심리'는 어땠을까. 당시 사람들은 무슨 생각에 어떤 책을 집어들었을까. 궁금해졌다.

    베스트셀러 목록 중에선 교보문고(1981년 개점) 것이 가장 오래됐다. 2002년 10월, 2007년 10월 그리고 올해 10월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목록만 떼어내 들여다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노풍(盧風)을 일으키던 2002년, 한국인은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고 다독이는 틱낫한 스님의 '화'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을 즐겨 읽었다. 자기계발서 '단순하게 살아라'(베르너 티키 퀘스텐마허)도 "사무실에 서류가 쌓이지 않게 하라, 옷장은 75%만 채워라"처럼 내면을 다듬는 쪽에 집중했다. 삶을 낙관하는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유용주)와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전우익)에 이르면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 인간미를 강조했던 노 대통령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시곗바늘을 5년 뒤로 돌리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명박 당시 후보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부르짖던 때, 성공과 발전을 향한 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위 안에 든 책 가운데 9권이 "성공하자"고 설파하는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였다.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김민수)와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박현주) '이코노믹 씽킹'(로버트 프랭크) '이기는 습관'(전옥표)은 제목부터 돈 냄새를 풍긴다.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시크릿'(론다 번)과 '잘되는 나'(조엘 오스틴)도 떴다. '경청'(조신영·박현찬)조차 남의 말을 잘 들어줘야 가정과 직장에서 '왕따'당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욕구를 깔고 있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김미경)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지성)의 성공에서 보이듯, 여성들도 자기 관리와 사회적 성공신화로 달려갔다.

    올해 사람들의 심정은 '내 마음 나도 몰라'다. 흐름을 굵게 잡아보면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 무섭게 팔리고 있지만 소설 및 자기계발서가 다수이던 2002·2007년과 달리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유홍준) 같은 역사책이 두 권이나 들어 있다. 소규모 창업의 성공 비법을 다룬 '장사의 신'(우노 다카시), 한 번쯤은 인생 전부를 걸고 떠나보자는 '와일드'(셰릴 스트레이드), 하루 한 끼 식사가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1일1식'(나구모 요시노리)도 포진해 있다. 가열찬 경쟁 탓에 위로받고 싶고, 그러면서 명저(名著)를 통해 지식을 쌓고 싶고, 한편으론 돈도 잘 벌고 싶은 욕구가 뒤섞인 것. '대세론'은 사라진 요즘 상황만큼이나, 유권자들의 책에 대한 관심 역시 사방팔방, 중구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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