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조선’선봉이었던 사내가 쓴 책 내용 보니..

    입력 : 2012.12.28 15:48 | 수정 : 2012.12.28 17:26

    1990년대 중후반 통신망에서 ‘안티조선 운동’의 선봉에 섰던 사내가 반성을 담은 책 ‘조선일보와 나’(에녹스)를 펴냈다.

    PC통신 시절 ‘면도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조선 폐간’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고 퍼뜨린 윤정우(42)씨다. 경영컨설팅 업체인 대한인베스트먼트를 운영 중인 그는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맹목적인 비난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면서 “최근 온라인에서 여론 호도(糊塗)가 정도를 넘고 있어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질보다 양이다. 꾸준히 글을 쓰면 고수나 논객 취급을 받고, 찬동하는 추종자가 생기고, 더 자극적인 글을 올리게 된다. 옳으냐 그르냐는 중요하지 않다. 윤씨는 책에서 ‘안티조선 운동’을 비롯해 ‘타블로 마녀사냥’ ‘미네르바 사건’ ‘나꼼수 열풍’ 등을 그릇된 여론 조작의 사례로 들었다.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젊어서 데모 한 번 안 했다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지만 나이 들어서도 데모 계속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했다.

    27일 서울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조선일보와 나'의 저자 윤정우씨가 집필 계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안티조선 운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1996년 강준만 교수의 책을 읽고 통신망에 조선일보에 대한 짤막한 비난의 글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반응이 의외로 좋아 신이 났고 은근한 사명감도 생겼다. 안티조선을 주제로 토론방을 만들었다. 유명인이 된 느낌이었다. 지금 다시 보면 두서없이 무작정 비난하는 글들이다. 그 맛에 중독되면서 점점 더 강한 것을 찾았다.”

    ―책에는 당시에 ‘조선 폐간’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대목이 나온다.
    “충격적인 내용을 담아야 조회수가 높아진다. 그것이 말머리로 붙인 ‘조선 폐간’이었다. 통신망에서 공감을 받았고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 왕따도 그러할 것이다. ‘저 아이는 그럴 만한 일을 했으니 비난받겠지’ 하면서 아무 죄책감 없이 그 비난 행렬에 동참한다. 온라인 게시판은 그래서 무섭다. 분위기만 조성되면 이성과는 상관없는 폭력과 왕따가 난무한다.”

    ―당신을 포함해 그들은 왜 조선일보를 싫어했다고 생각하나.
    “기득권층에 대한 막연한 질투감과 미움, 그리고 사회적 불만족에 대한 불평 때문이었을 거다. 최근의 촛불시위가 증명하듯, 권력에 항거하는 사람은 늘 있었다. 그런 이들을 잘 모아 부추기기만 하면 여론은 형성되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 열풍도 그런 맥락이다.”

    ―당신의 안티조선 운동은 언제 어떻게 중단됐나?
    “토론방에 글을 올리고 댓글 달고 퍼나르며 하루 12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당시 나는 삼성생명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조선일보에서 연락을 해왔다. ‘극단적인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고 나는 ‘표현의 자유 아니냐’고 반박했다. 상관도 나를 만류했고 정나미가 떨어져 1999년 직장을 옮겼다. 창업하면서부터는 아예 시간이 나질 않았다. 실업자가 됐다면 더 골수 안티조선이 됐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매우 사적인 과거의 기록인데 10여년이 지나 이런 책을 썼다.
    “최근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인터넷 여론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 ‘강철서신’의 저자로 핵심 주사파였던 김영환씨가 북한인권운동 쪽으로 전향한 것을 보고 자극도 받았다. 김영환씨는 자신이 뿌린 씨앗에 대해 반성하면서 바로잡으려고 한 것이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지금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은?
    “반대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 1980~90년대에는 조선일보가 권력에 영합한다고 생각했는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와 싸우는 것을 보면서 달라졌다. 조선일보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보수든 진보든,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안티조선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조선일보는 왕따의 최대 희생양일지 모른다. 나는 안티조선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것이 혹여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줏대 없이 그릇된 여론에 휩쓸린 것은 아닌지. 그들이 자문해 봤으면 좋겠다. 타블로에 대해서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딱하다.”

    ―이 책 때문에 네티즌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데.
    “정치나 운동을 하는 사람도 아니니 상관없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아무도 무섭지 않다.”

    ―정도를 넘어선 인터넷 여론 호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책에 썼다.
    “장난삼아 만든 동영상이 누굴 죽일 수도 있는 세상이 됐다.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더미다’라고 한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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