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구루가 말한다 "인생엔 아웃소싱이 없다"

    입력 : 2012.12.29 03:03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클레이튼 M.크리스텐슨·제임스 올워스·캐런 딜론 지음
    이진원 옮김|알에이치코리아|296쪽|1만6000원

    2010년 봄, 머리카락이 다 빠진 예순의 경영학자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강당에 올랐다. 얼굴은 창백했고 목소리도 힘이 달렸다. 암 투병 중이었다. 병명은 아버지의 사인(死因)과 비슷한 여포성 림프종.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평생의 철학과 노하우가 담긴 '인생경영학 특강'을 했다.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전설적인 베스트셀러를 낸 경영학 구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다.

    신간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원제: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는 한평생 경영 이론에 집중해온 그가 처음으로 일반 대중을 위해 쓴 '인생경영 지침서'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설명하는 경영학 이론을 우리의 일·가정·인간관계에 대입해 풀어내는 솜씨가 능란하다. 그에 따르면 "기업도, 인생도 경영이다."

    내면에 동기를 부여하는 일을 찾아라

    먼저 '동기이론'. 이게 있어야 기업이 잘 돌아간다. 대부분 돈으로 주는 인센티브 방식을 쓴다. 그러나 크리스텐슨은 "인센티브가 세상을 잘 돌아가게 할까?" 묻는다. 사람들이 기꺼이 일하도록 만드는 데는 돈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것.

    저자는 졸업한 제자들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일단 경제적으로 넉넉해지고 나서 진짜 제 꿈을 쫓을 것"이라며 펀드매니저·컨설턴트·은행원을 택했던 제자들은 소득이 계속 높아지자 "1년만 더 일을 하고 나서…"라며 꿈을 미뤘다. 나중엔 "애초 이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했다. 그는 연봉 대신 '내면 동기를 주는 일자리'를 찾으라고 얘기한다.

    전략 수정은 유연하게

    다음은 전략. "'의도적 전략'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찾아오는 기회를 '창발적 전략'으로 활용하라." 쉽게 말하면, 휘어지길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다.‘ 구창선’. 1970년대에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할 때 지은 이름이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월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모습. /블룸버그뉴스
    1960년대 미국에 진출한 혼다의 '의도적 전략'은 할리 데이비슨에 맞서 대형 오토바이를 싸게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찬밥 신세. 그 사이 LA사업부 직원들은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업무를 보러 다녔다. 소비자들은 이 소형 오토바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유통체인 시어스가 카탈로그 판매에 나서면서 수요가 폭발했다. 원래의 '의도적 전략'을 버리고, '변수' 사업에 집중해 성공한 것이다.

    크리스텐슨은 이를 자신의 인생에 빗대 설명한다. 이 남자 역시 대학 시절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인이 꿈이었으나 시험에 떨어지고 컨설턴트, 기업가를 거쳐 학자가 됐다. 그는 자신의 '전략 수정'을 예로 들며, "지금도 나는 언론인이라는 꿈을 버리진 않았지만, 창발적 전략과 기회의 흐름을 막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원 할당은 현명하게

    '자원 할당'의 중요성은 1990년대 중반 애플의 사례로 풀어낸다. 스티브 잡스 퇴출 이후 원칙과 목표 없이 표류하던 애플. 1997년 CEO로 복귀한 잡스는 '세계 최고 제품'이란 목표에 집중했고 흔들리지 않았다.

    저자는 "개인의 시간, 돈, 에너지, 재능, 재산을 포함한 자원을 현명하게 할당하라"고 권한다. "그 쟁쟁한 하버드대 MBA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동창들은 모두 부적절한 자원 할당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고위직에 올랐으나 이혼한 동창은 즉각적 성취감을 주는 사회생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가족을 등한시했다. "의식적으로 인생의 장기적인 활동에 자원을 더 배분하라."

    무분별한 아웃소싱은 금지

    무분별한 아웃소싱엔 레드카드를 내민다. '능력이론'이다. PC업체 델컴퓨터가 대만 아수스에 아웃소싱을 시작해 결국은 브랜드 외 모든 부분을 넘길 수밖에 없게 된 비극을 들려준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조차 전문화라는 명목하에 지나치게 남의 손을 빌리고 있지는 않은가. 인생의 너무 많은 것을 아웃소싱하면 아이의 가능성을 개발할 기회를 놓친다."

    저자는 유수 기업의 성패 사례를 들려주며 일상 너머에 있는 인생 본질을 탐구한다. '참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잘 관리해서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 크리스텐슨은 현재 건강을 회복해 내년 1월 겨울학기부터 다시 강단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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