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법… 암에게 배운 행복의 이야기

    입력 : 2012.12.29 03:04

    대장암 3기 선고받고 1500일 투병한 저자
    가족과 고통 나누며 긍정적 인생관 깨달아

    나는 암이 고맙다
    홍헌표 지음 | 255쪽 | 에디터 | 1만3000원

    "암 수술을 받은 지 석 달쯤 지난 2008년 12월 중순, 모두가 쉬는 토요일에 회사로 갔다. 항암 치료로 한 움큼씩 머리카락이 빠지는 게 가슴 아파 아예 밀어버린 머리를 동료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책상을 정리하려니 17년 회사 생활이 활동사진처럼 스쳐갔다. 만취해 내 이름을 부르며 대성통곡했다는 부장 얼굴이 떠올랐다. '살아 돌아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49쪽)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느닷없는 암 선고, 눈앞에 다가온 죽음의 공포.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족에게 상처 입히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고, 어떻게 다시 살아날 것인가. 조선일보 스포츠부 현장 취재팀장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치른 직후, 저자는 대장암 3기 선고를 받았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쳐, 지금은 면역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자기 관리를 통해 암을 이겨나가고 있다. 책은 암 투병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웃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법을 배운 1500여일의 투병 기록이다. 동시에 암에 지지 않고 맞서는 다양한 방법을 꼼꼼히 일러주는 '투병 지침서'다.

    암에 이어 가장 먼저 찾아온 손님은 좌절이었다. 약물 후유증으로 구토만 하다, 겨우 음식을 먹게 되면 다시 항암치료를 받는 날이 계속됐다. "병실에서 내려다보면 대학교 뒷산이 보였다. 활기찬 학생들을 보며 곧 죽을지도 모르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비참해 눈물을 흘리곤 했다." 저자는 결국 "내 면역력이 암세포와 맞설 만큼 강하다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항암치료 중단을 결심한다. 대신 식사를 포함한 생활 습관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신문사 특파원으로 도쿄에서 일하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병원 치료보다 더 엄격한 식이요법과 생활관리를 병행하는 '아빠 가정주부' 생활이었다. 산으로 캠핑을 간 큰딸은 돌무덤이 나올 때마다 돌을 하나씩 올리며 '아빠가 낫게 해주세요' 기도했다. 저자는 2년간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 "그동안 아내와 두 딸에게 소홀했던 걸 이참에 다 보상해주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였다'고 고백한다. "암은 내가 키운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고통은 가족들이 함께 겪었다. 나는 큰 빚을 진 것이다. 건강하게 살면서 행복을 나누는 것으로 보답할 것이다."

    일반인들도 귀 기울일 만한 건강한 생활에 대한 정보에도 눈이 간다. 가톨릭 암환자 호스피스 시설인 '성모꽃마을'에서 교육받은 면역력 향상요법이 요약돼 있고, 무와 표고버섯 등을 달여 만드는 '야채수프', 현미 발효 분말 '현미 김치'처럼 면역력을 키우는 식이요법도 자세하다.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는 책머리 추천사에서 "암이 고맙다고 말하게 되기까지 고통과 인내의 긴 시간이 필요함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밝고 긍정적인 인생관, 아픔을 받아들이는 겸손, 주위 사람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고치려는 꾸준한 노력의 중요성을 일러주는, 부담 없이 편하게 읽히는 다정한 편지 같은 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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